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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이 Jul 16. 2024

어머니와 막내딸

막내가 태어날 때

 어머니와 막내딸 어머니보다는 엄마가 더 친숙하고 다정하고 그리운 말인 것 같다. 오래전부터  부르고 또 들었던 귀에 익숙한 소리가 아니던가 막내도 마찬가지이다. 막내는 그 집 안에서 제일 마지막에 태어나는 사람을 막내라고 부른다.  이름보다도 막내라는 소리가 더 많이 불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막내가 태어나던 해 1963년 초 음력 정월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배고픈 시절에 추위도 한몫을 거들었다. 그 추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의 추위는 그때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없는 집안 살림에 입하나 줄이려고 임신초 혼자서 끙끙 앓았던 어머니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 혼자서 찾은 곳이 있었다. 동네엔 병원도 없고 약국도 없었다. 교통편도 하루에 몇 대 정해져 있어서 급하면 걸어 다녀야 했다. 그래서 마을에서 십리나 되는 거리를 걸어가서 한약 짓는 곳에 들어가 물어보았다. 지금은 모두 사라고 없지만 정식으로 허가가 있는 건지도 의심스럽던 곳 그때 당시는 침놓는 어르신과 한약 짓는 분이 그 시대의 유일한 의사였을 것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도 꽤 많았고 그렇다고 약 먹고 탈 났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곳이기에 찾아간 것이었다. 키는 작고 하얀 피부에 동그랗고 예쁘장한 얼굴 머리는 쪽을 하고 있었으며 아래위 깔끔한 한복에 흰 고무신을 신은 한여인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의사가 어떻게 오셨냐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던 여인이 대답했다 "아들 딸이 너무 많아서 이번 아기는 지우려고 왔으니 애 떨어지는 약을 지어달라고" 그랬더니 그 의사가 뒤 물어오는 것이다. '이번이 몇 번째요? 지금껏 아이 때문에 실패본 일은 없오?' "여덟 번째고 실패한 적은 없다고" 하자 그러면 이번이 마지막일 텐데 그냥 낳으시는 게 어떠시냐고 산모 나이도 있으시니 그게 좋을듯하다고 권유를 했지만 워낙 어려운지라 다 마다하고 지워달라고 하니 약제 두 봉지를 지워주며 이것 먹으면 떨어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약봉지를 들고 돌아서 오는 발걸음은 꽤 무거웠고 걸어오는 도중 내내 어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가슴으로 흘러내리셨다. 꼭 이길 이 방법밖엔 길이 없는 것 인가? 아직 형태가 갖추어지지도 않은 뱃속의 아이를 어루만지면서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했다.

 

 집으로 들어와 약을 달여서 먹고 시간이 가고 또 하루 이틀이 지나도 어찌 된 일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은 들었지만 또다시 약을 지어먹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고 어머니도 마음씨가 착해서 약을 먹어도 안 떨어지는데 더 이상 죄짓기도 싫고 어쩔 수 없이 태어날 명이기에 그냥 낳기로 결심하셨다. 그렇듯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살이가 이처럼 고달프고 힘든 것이었다면 그걸 알았다면 태어나지도 않았고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해산달이 되어 산고를 치르니 힘이 두배로 들었다. 겨울이라 먹거리가 많지도 않았고 있는 것 가지고 생활을 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 것인지 뻔한 일이었다. 산호조리도 없이 아이 낳고 나와서 밥 해 먹고 잘 먹고 쉬어야 할 때 집안 생계를 걱정하며 다니고 아이를 낳았으니 밖에 나가 남의 집 일도 못하시고 그러니 끼니를 거르는 것은 태반이고 젓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막내는 맑음 미음으로 어머니는 밥이 아닌 죽으로 끼니를 채웠다.


 그렇게 팔 남매의 막내가 세상에 나왔으며 태어날 때부터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막내는 생각보다 잘 자라주었고 다행스럽게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행여 어머니가 먹은 약이 잘못되어 이 세상에 빛을 못 보았다면? 혹여 그 약이 잘못되어 아이도 안 떨어지면서 어느 한 군데 잘 못 되어 태어났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 의사가 준 약이 임산부에 좋은 보약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신체 중 어느 것도 상한 곳이 없으니 허락 없이 약을 지어줬어도  막내한테는 그 어느 의사보다도 훌륭한 의사이시다. 그래서 가끔은 어머니와 이 일로 화제가 되어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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