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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r 21. 2022

5.녹색예술가의 삶과 죽음

5.우리들이 이사한다는 것은 

 이제 사람들이 이사를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아파트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도 사람들처럼 이사를 가게 될까요? 우리의 삶은 사람들이 그렇듯 떠나고 싶을 때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닙니다. 항상 여기 이곳에 서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 중 몇몇 그루는 이주(이식)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우리를 강제 이주시킨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중에서 어떤 나무가 선택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몇몇 수종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서 이식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선택되어 팔렸는지에 대한 기준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의 가치는 사람들이 돈으로 교환가능할 때만 그 가치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나의 모습이 아름답다거나 또는 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산소을 뿜어내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은 우리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가치는 사람들에게는 교환가능한 상품으로 인정받았을 때만 가치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내가 다른 곳으로 이식된다면 땅 속 깊숙이 내린 뿌리들 주변 흙과 그 속 미생물들도 함께 갈 수 있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내가 서있는 이 땅은 내가 내 몸에서 뿌린 낙엽과 주변 미생물들과 함께 일구고 개간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미생물들은 내 뿌리에 기생해서 붙어 살지만, 나를 다른 세균으로부터 막아주며 나를 보살피는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닌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한 이 흙에서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 뿌리와 흙, 그리고 미생물들은 하나입니다.      

 

 평생을 한 곳에 살던 우리들에게 이주라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두렵고 무섭습니다. 우리도 당신들처럼 이곳 저곳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당신들의 판타지 동화책 이야기처럼 밤이 되면 다리나 날개를 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멀리 숲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데 먼저 이식된 친구들이 바람을 통해 전한 소식을 듣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이 이식된 곳은 다름 아닌 새로운 아파트라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살던 나무를 또다시 아파트에 이식하다니요. 이식된 나무는 새로운 땅에서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살아야 합니다. 평생을 살던 환경에서 하루아침에 뿌리가 뽑혀 다른 곳으로 가서 살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뿌리란 사람들이 말하는 환경, 조건, 관계 등과 같습니다. 이제껏 살던 동네, 이웃, 직업, 가족 등과 완전히 단절된 토대에서 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이라면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설사 뿌리 주변 흙을 잘 모아서 다른 곳으로 이식한다고 해도 우리들은 그 땅에서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들은 뿌리를 내리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은 며칠 만에 뚝딱 새울 수 있는 건물이나 시설물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아파트에 옮겨 심은 나무들을 보면 분명 오래된 나무임에도 허리춤에 삼각 버팀목을 받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는 나무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들은 자라는 동안 그 어떤 것의 도움 없이 폭풍, 폭우, 폭염, 폭설 등에도 견디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전혀 낯선 환경에서도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그곳이 어떤 환경인지에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게 나무입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이렇게 이식될 나무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파트에 있는 나머지 나무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베어져 죽을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이 이사를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아파트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도 사람들처럼 이사를 가게 될까요? 



우리 중 몇몇 그루는 이주(이식)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우리를 강제 이주시킨다는 것입니다.(둔촌주공아파트)



우리들 중에서 어떤 나무가 선택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몇몇 수종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서 이식된다는 것입니다.(둔촌주공아파트)



어떻게 선택되어 팔렸는지에 대한 기준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의 가치는 사람들이 돈으로 교환가능할 때만 그 가치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나의 가치는 사람들에게는 교환가능한 상품으로 인정받았을 때만 가치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내가 서있는 이 땅은 내가 내 몸에서 뿌린 낙엽과 주변 미생물들과 함께 일구고 개간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반포주공아파트)



특히 미생물들은 내 뿌리에 기생해서 붙어 살지만, 나를 다른 세균으로부터 막아주며 나를 보살피는 관계였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그런데 그들과 함께한 이 흙에서 떠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 뿌리와 흙, 그리고 미생물들은 하나입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도 당신들처럼 이곳 저곳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혹은 당신들의 판타지 동화책 이야기처럼 밤이 되면 다리나 날개를 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멀리 숲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입니다.(개포주공아파트)
아파트에 살던 나무를 또다시 아파트에 이식하다니요.(개포주공아파트)




이식된 나무는 새로운 땅에서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살아야 합니다. 평생을 살던 환경에서 하루아침에 뿌리가 뽑혀 다른 곳으로 가서 살 수 있을까요?(둔촌주공아파트)



우리에게 뿌리란 사람들이 말하는 환경, 조건, 관계 등과 같습니다.(둔촌주공아파트)



설사 뿌리 주변 흙을 잘 모아서 다른 곳으로 이식한다고 해도 우리들은 그 땅에서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들은 며칠 만에 뚝딱 새울 수 있는 건물이나 시설물이 아닙니다.(개포주공아파트)



우리는 항상 그곳이 어떤 환경인지에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게 나무입니다.(개포주공아파트)



다만 걱정인 것은 이렇게 이식될 나무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파트에 있는 나머지 나무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베어져 죽을 것입니다.(개포주공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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