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우리들의 죽음
친구들이 전기톱으로 잘려나가며 죽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기톱보다 더 크게 들립니다. 얼마나 큰 비명이었는지 저 멀리에 있는 산속 나무들도 들린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도 전기톱을 든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날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죽음은 단순히 나무 하나를 베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무뿐만 아니라 나무와 관련된 관계, 언어 그리고 기억 등을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우듬지 끝에 살던 새들도 사라지고, 우리들의 뿌리에 함께 살던 미생물들도 죽게됩니다. 이들은 우리를 구성하는 우리의 일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를 베는 것은 모든 연결된 것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저 오래된 숲속의 나무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을 동경해왔습니다. 그 죽음은 내 몸이 부서지고 분해되어 숲속의 생명에게 내 몸을 다시 먹고 살게 할 수 있는 숭고한 죽음입니다. 이것이 자연에서의 죽음입니다. 그런데 도시의 아파트 나무는 자연계에서 맞이하는 그런 죽음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나무는 재건축 기간이 돌아오면 대부분 죽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나무들은 길어야 그 생애가 30~4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무가 인공적인 시설물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나무들은 사는 동안 언제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오래된 나무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에세이는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다음 번엔 마지막회 ‘8.이것이 인간인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