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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불안하니?

오십이 넘고보니..

by 엘라리

불안 하 다…..


살 다가 불안 해 질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혼자 사는 건 경제적 자립이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써 야할 돈을 확보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까 봐, 다칠 까봐, 아이들이 문제없이 잘 살 수 있을지 미래가 걱정된다. 내 몸은 점점 늙어 가고 나아지지 않는다. 나는 점점 더 혼자로 고립된다. 알다시피 옆에 같이 이 불안 함을 나눌 사람도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들을 가지는 걸 심사 숙고 하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없는 부부를 보면 복 받았다고, 전생에 업이 없어서 그렇다고 좋겠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들으면 서운한 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자식 문제이다. 그들이 아프면 내가 더 아프다.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모자라는 물건이 있다면 나누어 줄 수 있지만 그들의 마음이 아프고 그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같이 걱정할 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마음이 정작 본인들보다 더 아프다. 나에게 생기는 고민이나 문제는, 그저 고민 이 고 문제이다. 아이들에게 생기는 문제는 마음에 터지는 폭탄 이 다.


인생은 그날 하루하루를 잘살고, 그날그날 감사 하고 살면 그것이 일주일 이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노스트라다 무스가 한 2025년 예언을 듣고 갑자기 무서 워 졌다.


1999년 12월 31일, 나는 생후 4개월 밖에 안된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또 3살이 막 지난 아들을 데리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에서 벌어진, 당시의 대통령 클린튼이 주체한 송년회를 보러 갔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종말 할 거라고 시끄러웠지만, 나는 아랑 곳 없이, 겁도 없이, 그 많은 인파 속에 파묻혀 2000년의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내 마음이 충만했었나 보다. 남들이 뭐라든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희망으로 꽉 차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불안한 마음은 혼자의 외움과 불안 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가족들이랑 있었을 때가 더 안전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그때는 4명이었고, 지금은 혼자고, 그때는 어린아이 둘을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무서운 어미의 마음으로, 마음이 아주 단단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그때를 생각하면 흐뭇 해 진다. 세계가 종말 한다고 그렇게 시끄럽던 99년에 나는 둘째를 나았고, 6년에 걸친 미국 생활에, 마침내 미국 약사 면허를 취득했고, 이쁜 아들 하나 딸하나를 가진 엄마가 되어 있었다. 부러울 게 없었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라고 나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종말은 내 행복을 피해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크리스마스라이트로 꾸며진 아이들이 어렸을때 살던집. 비가 온다.


살다가, 갑자기 불안이 엄습 해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가 옆에 있어서 그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가 토닥 그려 주면 좋을 그런 불안들을, 혼자 사는 나는 혼자 삭혀야 한다. 백세 시대에, 100 세까지 무얼 하며 살아야 할지 걱정하고, 아이들을 걱정하고, 돈이 없을까 봐, 많이 아플까 봐, 혹시 암이라도 걸렸을까 봐, 불치병에 걸렸을까 봐 걱정하고, 혼자 그것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어쩔 때는 오늘 같이 마사지를 받으면서 마사지 사 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정신과의사를 만나서 당신이 걱정하는 것은, 당신이 불안해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는 거고, 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상담해도 좋다. 그냥 혼자서 삭히기에는, 불안의 농도가 너무 진하다면, 나를 보살펴 주는 일을 하면 된다. 머리를 새로 하러 미용실에 가보던지, 예쁜 네일을 받아 본다든지, 바디 마사지를 받아 본다든지, 속눈썹을 길게 연장해 본다든지, 오페라 아리아를 관람하러 가보던지, 짧은 여행을 한다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되어도 그 흐뭇함을 간직하며 갈 수 있는 그런 일들을... 20대에는 내 인생의 미래가 굉장히 대단할 것 같았다. 무언가 큰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 것 같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50이 넘으면 안다. 인생 이 별거 없다는 걸.


제일 좋은 인생은 그때그때 즐겁게 살아오면 그 시간들로 가득 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걸, 무얼 하던 후회 없는 하루를 매일 보내면 된다. 미련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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