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넘은 엘라 혼자서도 잘살기
나는 이 세상에 유용한 사람일까?
한국에 온 지 이 주일째야,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침 7시면 눈이 저절로 떠져. 30년 넘게 내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이야. 오늘은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아버렸어. 그다지 할 일 없는 하루를 생각을 하며 ‘좀 더 쉬어도 돼...’라고 하면서. 그리고 눈을 떠 보니 9시였어. 살다 보면 늘 똑같은 날이 반복되고 이걸 해보고 저걸 해 봐도 가슴이 뛰는 일을 찾을 수가 없을 때가 있어. 우리는 늘 가슴 뛰는 일을 찾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시작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처럼.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생산하고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돈 혹은 자식 걱정 없이 살면 행복해 보인 다고 해.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허무할 수 있어, 사람은 나 자신이 유용하게 이 세상에 쓰일 때, 내가 무언가 이 세상에 공여할 때, 제일 살아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난 것처럼.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약사로 일하면서 나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때, 아이 둘이 나만 쳐다보고, 엄마로서 그들을 행복하게 키워 본다고 열심이었을 때, 사업을 시작하고,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 직원들이 나로 인해 돈을 벌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때가 그랬지. 생각해 보면 그 힘든 시간을 견뎌 낸 활력소가 내가 뭔가를 이 세상에 줄 수 있었던 기쁨이었지.
지금, 나는 또 가슴이 뛰기를 꿈꾸어봐. 일을 그만두고 취미도 만들고, 몸 관리도 하고, 그럭저럭 2년째야. 나를 유용하게 사용할 일을 이제 다시 시작했으면 하고 생각해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세상에 효용 되게 살아야 하는 것 같아, 그래야 인생이 자신감 넘치고 마음이 가득 차게 돼. 노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돼. 나이 많은 노인분들이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들이 자녀에게 혹은 손자 손녀에게 정신적 지주로 아니면 그냥 무한한 사랑으로 버티고 있다면 그것도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 찾아보면 죽을 때까지 이 세상에 할 일은 많아. 무용지물의 사람은 없어. 내가 못 찾고 있을 뿐.
그냥 돈만 번다고 가슴이 뛰어서는 안 돼. 그 돈을 어떻게 쓰냐가 가슴 뛰는 일이어야 되지. 짐승처럼 돈을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옛말 알지? 그래서 돈은 벌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는 세상이야. 나만 위해서 사는 건 부질없어. 그리고 절대 만족할 수 없어. 그러자고 태어나는 건 신이 보시기에 헛된 일이니까.
그래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 줄은 알아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있어. 찾지 못해서 인생은 늘 허무하고 두렵지. 하지만 지금 주어진 일을 잘하고 있으면 돼. 지금은 어두운 터널 속을 달리고 있는 마음 같지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있으면 가슴이 뛰는 일이 곧 올 거라 믿어야 해. 난 50 넘은 이 나이까지 여러 번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어. 그때의 20대, 30대, 40대 가 그랬고, 또 지금이야. 터널은 절대 영원하지 않아. 그 터널이 끝나는 순간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면 돼. 지금은 즐겨야 해. 바빠지면 못하니까.
'이 터널이 끝나고 이번에는 어떤 일이 계획되어 있을까?' 곧 새롭게 펼쳐질 풍경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