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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줌마의 고군분투 공무원 도전기

필기시험 당일

by 이지랖

시험 당일! 그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고군분투 공부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내야 하는게 바로 시험 당일이다.

이 날을 위해 그토록 개고생했으니

사전에 철저히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시험장소까지는 어떻게 가야하는지, 몇 시 도착해서 마지막까지 어떤 요약집을 보고 시험 문제는 또 어떤 순서로 풀 것인가? 두근 대는 내 심장과 멘탈은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등등


준비물은 철저히 두 번, 세 번 체크한다

(1)수험표 출력하기(컬러 프린트로 출력하시길!)

이상하게 내가 공지를 못봤나 2024년도에는 흑백도 가능했는데 2025년 올해는 컬러 프린트가 아닌 수험표는 인정이 안됐다.

흑백 프린트 되어 있는 수험생들 우르르

시험 감독관을 따라 시험 본부에서 수험표를 컬러 프린트로 재인쇄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대박~ 그 시간에 난 공부하고 안됐지만 저 분들은 멘탈이

아무래도 흔들렸으리라 휴~


(2)수험표, 컴퓨터용 수성사인펜, 문제풀이용 볼펜, 수정용테이프, 손목시계(전자시계는 안됩니다) 두 번 세 번 체크 또 체크해서 미리미리 챙겨놓으시길.

특히!! 바늘 시계!! 꼭 필수!!!

(교실에 벽걸이 시계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꼭꼭!! 손목시계 챙겨가세요)

나는 이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을 썼다.

반대쪽은 글씨쓸 수 있는 가는 펜이 있어요

마킹 시간도 아껴야할 마당에 가느다란 펜으로 두 번 긋지 않고 요 뭉툭한 모양으로 동글! 한 번으로 마킹 완료!

(불안해서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이며 볼펜이며 다 2 자루씩 챙겨감)



(3)약물에라도 의지해보자!

110분 안에 뇌즙을 쥐어짜듯이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빠르게 끄집어 내야 하므로 나는 이 뇌영양제를 챙겨갔다.

우황청심원처럼 긴장을 풀어주는 약을 먹으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1인이라 고르고 또 고른 게 바로 이 두뇌영양제!!! (채찍질 역할? ㅋㅋ 일단 심장이 조금 두근거린다. 처음 먹을 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눈에 별이 반짝일 수도 있음주의.)


마지막 화장실 가는 타이밍에 쭈욱 짜서 입에 밀어넣고 세면대 거울 보며 “나는 오늘 합격한다!!

다 풀어버리겠어~~~~~~!!!“

(라고 외치라는데.. 차마 그건 못했음ㅋㅋ)


시험 과목 푸는 순서를 미리 정하기!

5과목을 어떻게 풀것인가? 자신있는 과목부터 풀것인가? 아님 어려운 영어부터??

여러 전략이 난무하지만


나는 그냥 순서대로 풀었다.

시험지가 책상 대비 너무 커서 넘기기도 어렵고 자칫하다가는 과목을 헷갈려서 마킹 실수가 생길수 있으니 그냥 순서대로 푸는 법을 택했다.

(OMR 카드 위에 과목 명이 적혀있지 않아서 수험생이 꼭 체크하며 과목 순서대로 마킹을 해야한다)


여기서 정말 조심해야 할 건 국어를 풀다가 영어로 넘어가는 사이에 두뇌를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긴 독해를 푼다면 뇌가 잘 돌아가질 않는다.

독해지문이 적은 단어문제, 문법문제 등을 먼저 풀고 슬슬 시동이 걸리면 길고 긴 독해 문제로 넘어가는 게 맞다.


(나는 시험지 받자마자 영어 단어 2~3문제를 먼저 후다닥 풀고 국어문제를 풀었다. 단! 모르는 문제는 다시 읽지 않고 그냥 넘겼다. 그럼 영어 문제를 몇 개 풀었다는 심적 안정감도 생기고 또 답이 생각나지 않았던 문제도 다시 보면 팍!하고 답이 떠오를 때가 있기 때문)


영어 단어문제 2~3개를 빠르게 아는 것만 풀고 국어로 넘어가서 순서대로 풀기!





실은....이건 아무한테도 말 한적 없는 비밀인데...

바야흐로 2025년 4월 국가직 시험 때의 일이다. 영어 독해 시간을 확보해 보것다고 국어와 영어 순서를 바꿔 푸는 변화구를 던졌더랬다. 그것도 시험 당일에 사전에 아무 연습도 없이!!

당연히 그 변화구는 내 눈탱이를 때렸고 마킹실수로 이어져....따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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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실수 절대 하지마세요! 철저히 연습하고 시험 당일에 꼭 대비하고 가셔야합니다)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마킹하고 하는 사이에 멘탈은 바사삭~ 손은 덜덜~ ...결국 불합격!! 내가 미쳤지...



아는 문제는 풀고 모르는 문제는 체크하고 넘어가기

110분 안에 100문제를 풀어야 하는 공무원 시험 당일에 꼭 필요한 마인드 셋이 있다.

그건 바로!!

아는 문제만 풀고 모르는 문제를 패쓰한다!!

모르는 건 그럼 다 틀리라는 말이냣!!!

에헤이~ 그럴리가..

분명 모르는 문제가 나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다고 그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다가는 아는 문제마저 못풀어낸다!


개.폭.망!


아는 문제를 순서대로 쓱쓱 풀다가 막히는 문제가 나오거들랑 번까지 읽어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문제 앞에 체크 표시하고 다음 문제로 패쓰!!


다른 문제 다 풀고 나서 체크표시 문제를 다시 푼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더블 체크를 하고 다른 모르는 문제를 푼다!!

가 핵심.


끙끙대지 않기!

내가 어려운 문제는 남들도 어렵뜨아~

나는 오늘 아는 문제는 다 맞힌다가 슬로건!


그리곤 마킹 시작!!

더블체크 한 문제만 남기고 실수없이 마킹을 마친다.


이제 다시..

죽어도 모르겠는 그 문제와 마주한다.

째려보든 찍기를 하든 최선을 다해 답을 쥐어짠 후 정해진 시간 안엔 마킹을 끝내면 한다.

(모르는 문제는 몇 번으로 찍겠다!라고 미리 생각하고 가는 것도 심신안정에 도움이 됨. 나는 4번으로 찍음ㅋ)


더블체크까지 할 시간이 있겠냐?

라고 물으신다면?? 매일 수험생 모드로 암기하고 꿈 속에서도 기출문제를 풀었다면?

최대 3번까지 문제를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나도 그랬으니깐...

안타깝게도 더블체크해서 마지막까지 뇌와 씨름을 했던 두 문제는 아쉽게도 틀렸지만서도...어흑




2025년 6월 21일!

나는 이렇게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뤘고 그날은 억수같이 비가 내려 시험을 못보러 갈뻔한 날이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은 없었다.

시험 본 다음 날!

나는 책을 정리했다.

이거면 됐다 싶었다.


(영어 단어가 안외워져서 책상에 머리 박아가며 공부했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은 나는...



2025년 지방교육행정직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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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터널 안을 걷는 기분이었다.

내리꽂다 못해 지하 세계 바닥까지 뚫어버린 내 자존감은 공부하는 내내 나를 갉아먹었고

연이어 발생하는 안 좋은 사건, 사고들로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쳐갔던 시간들이었다.


시험보기 한 달 전에는 손가락 부상, 발목 부상으로

2주 동안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지냈던 적도 있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던데 이 얼어죽을 해가 뜨긴 뜨는 건가 싶고 이러다가 지하세계에서 내 인생을 마감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막막한 생각들이 수시로 나를 괴롭혔던 극한의 시간들이었다.


이런 저런 원망들로 나를 아먹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돼? 흥!! 됐다 그래라 !

내가 이거 아니면 할 게 없을까봐? (없다.. 전혀~)


하고 이를 악물고 꽉 틀어쥐었던 걸 놔버렸더니

드디어 저~ 멀리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되거들랑...

그땐 그만 내려놔도 된다는 걸 공부하면서 달았다.

한쪽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그러니..

꼭 그 길만 고집해서 소중한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길 바란다.


(불합격하면 독립서점하려고 자리까지 봐놨는데

시험에 합격했으니 일단 이 길을 걸어보련다)



<다음 편에 계속...>








암흑기 시절, 나의 온갖 투정에도 온화한 미소로 늘 화답해 주셨던 태평양 같은 마음의 소유자!

꽃보다 아름다운 평화의 여신!

라이테 언니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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