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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 Jun 27. 2024

인생은 타이밍

#일기 1


부끄럽지만, 최근의 나는 참으로 게을렀고, 행복했다. 내가 말한 행복은 어느 시점에서부터 계속 유지되어 왔던 내면의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이 평화에도 불편과 불만을 감각했다. 나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이었다.

요즘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의 삶에, 나의 일상에 더욱 견고하고 완전한 체계를 적용하고 지켜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식단 관리와, 집 유지 및 보수와 지출 관리와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그것을 지켜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면에서 계속 소리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엉망으로 살 거야!! 다시,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라고!"

하지만, 인간다운 삶이란 뭔데?

삶의 행태에 대한 생각을 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것일까.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지력과 경쟁력이 약해 짐을 느낀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철저해야 하고, 목표 지향적이어야 하며, 자기 통제는 필수적이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이고 '자유'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니까. 어쩌면 내가 삶의 행태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금 더 게을러지고 싶어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대는 핑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안다. 나는 결코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지 않는다. 현재 이미 행복하므로,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면적인 성취를 이루어냈으니 다음은, 외면적인 성취인 것이다.

몇 개월 전에 ‘심리’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다. 뇌과학, 인간관계, 심리, 역사와 같은 것들이 주로 내가 읽는 책 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에 관한 책을 주로 읽는다.

현재는 심리에 대한 책에 흥미를 잃었다. 심리에 관한 책을 읽을 때에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주변 관계에서 잦은 갈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때였지만 약 7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정서는 안정되었고, 가족들 간의 관계도 호전되었으며 서로에게 도움 되지 않는 관계는 정리하고 win - win 할 수 있는 관계만 남겨두었다. 무엇보다도, 상대의 심리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심리'에 대한 책은 내게 큰 감명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예전만큼 3일에 한 권 꼴로 책을 해치우고, 강박적으로 1일 1 글쓰기를 하며, 잠을 많이 자는 날에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며 몰아 붙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행복감을 많이 느끼나 보다 -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투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읽음으로써 승률을 0.00001% 씩이라도 높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의 자산을 증식할 수 있다면 10권이든 100권이든 읽을 것이다.

불과 2개월 전에 컴퓨터 활용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회사의 복지가 메리트 있어 보였고, 무엇보다도 회사에서는 인사관리를 비롯한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고민이었다. 회사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굳이 들어갈 정도로 끌림을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에너지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알바를 고를 때도 무조건 장사가 잘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게 되는 곳을 선호한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시간을 때워야 하는 곳은 오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직접 부딪혀가며 일하는 곳에서 재미를 느끼며, 매장의 많은 부분에 관여하고 책임질 수 있는 상태에서 희열감을 느낀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을 보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장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지고, 계획하며 운영할 수 있는 공간. 타인이 개입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견고한 체계를 구축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싶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나는 고기를 좋아하고,

요식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이 곳에서 알바를 그만두면 고기를 직접 손질하는 '도축업'이나 저녁에 운영을 하는 '이자카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으며, 훌륭한 사장님 밑에서 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갈 것이다.

현재 일하는 곳은 매출이 꽤 잘 나오지만 사장님에게서 배울 만한 것이 없다. 사실상 사장님은 매장 일에 80% 손을 떼셨고 내가 거의 관리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월급을 20만 원 이상 인상해 주신다면 모를 까. 무조건 내년에는 탈출할 계획이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뜬금없이 연락 온 사람과 술자리를 가졌다. 약 6개월 전,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내 모습을 보고 친해지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없어져서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해본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12월에 주문량이 폭주함과 동시에 주방 메인 2명이 빠지면서 1인 3인 역을 할 때라 헬스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때 바람과 같이 사라진 날 기억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하다니.. 의아하긴 했다.

만나서 얘기해 보니 그 당시 헬스 트레이너를 생각하고 있어서 내가 다니고 있는 헬스장에 주로 오는 손님들과 친해질 계략(?)으로 가볍게 말을 건네온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직후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으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에도 벅찬 이 시간에 가볍게 던진 메시지 몇 마디로 이 사람을 보러 나온 것이 너무도 후회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술자리가 재미있긴 했다. 술을 나름 많이 마신 건 회식 자리를 제외하고는 약 3년 만인 듯하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술은 내게 있어서 고통일 뿐이기 때문이다. 술기운에 몸 처신을 하지 못하고 바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성격상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상대는 말에 재치가 있었고, 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방문했던 술집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번 만남이 즐겁기는 했지만 내 시간을 쓸 정도의 가치가 있지는 않았다. 내가 마주한 상대는 똑똑해 보였고, 몸 관리도 잘했으며 말에 재치도 있었지만 나는 이 사람과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다. -심지어 친구가 필요하지도 않다. 현재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과 몇 개월에 한 번 턴으로 만나는 것도 벅차다-

연애를 할 때 상대의 아무 조건도 보지 않을 정도로 상대에게 빠지지 않는 이상 경제적인 여력이나 외모, 학력, 지적 수준을 볼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이 게임에서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그 어떤 조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나는 나에 대한 객관화가 나름 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굳이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만남을 유지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나의 시간을 공유해도 될 정도로 내적인 성숙함을 갖춘 사람과 교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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