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친척도 없는 군인들

초단편소설

by 디어람

가족도 친척도 없는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태어난 이유는 오직 하나였고, 살아가야 할 이유또한 하나였으며, 그들이 태어난 이유는 곧 그들의 죽음의 이유와 같았다.


그들의 귀는 폭탄음이나 총성과 같은 굉음을 듣기 위해 존재했고, 손은 오로지 적을 사살하기 위해 존재했으며 눈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해서만 존재했다. 그들의 신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의 승리였다.

그들의 본질은 무기와 다르지 않았고, 그들 스스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한 때는 꿈을 꿨던 이들이라도, 곧 꿈을 접었다.

자신의 꿈을 좇는다는 것은 태어난 이유와 국가에 반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몇몇은 충성심이 아니라, 희망을 품을 용기를 지닌 이들이 곧 총알 하나에 쓰러져버리는 것을 보며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덧없는지 스스로 깨달았다.

그렇게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자아나 존재에 대한 고찰이 필요 없었다. 남들과 달라야 할 이유도 없었다.

태어난 이유가 존재한다면 그에 맞춰서 살면 되었고, 그것을 거슬러 살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몸에서 유일하게, 입은 존재 가치를 잃었다.

판단을 그만두고, 말을 그만두고, 흐르는 운명에 몸을 맡겼다.


어느 날, 그들이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끝내 찾아온 고요한 평화에 모두가 환호했고, 그들의 가족 중 희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피로 이어진 이들과, 마음으로 이어진 이들은 그 연결로 하나가 되었다.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태어난 모든 국민들은 그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득, 그들은 그 군인들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자유도 없이 그들을 위해 헌신해준 그들에게 감사했고, 그 속에서 죽어갔을 이들에게 동정을 느꼈다.

평화 끝에 사람들은 깊은 고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신경쓸 여유와 기운을 얻은 사람들은 곧 논쟁을 벌였다.


그들도 사람인데, 어떻게 도구처럼 쓸 수 있느냐며 누군가 외쳤다. 그들도 사람이니 마땅히 권리를 가져야 하며, 그들도 행복을 느껴봐야 한다고.

그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달라며, 사람들이 뭉쳤다.


그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어쩼든간에 그들도 사람으로 태어났고, 사람답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도 권리를 받아 마땅했다.

국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모든 군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자유다. 이제 이 곳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라."


곧 누군가가 걸어와, 위엄 있는 목소리로 그들을 출구로 인솔했다.

한 명이라도 뒤쳐지거나 빠지지는 않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마침내, 그곳에는 단 한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어느날 그 군인들의 근황이 차츰차츰 전해 내려왔다.


그들 대부분은 자유의 몸이 되었음에도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로 자신들이 머무르던 곳 주변만 뱅뱅 맴돌거나, 전쟁에서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갈 곳을 잃고 정신없이 헤매다 길을 잃거나 하여 대부분 죽거나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돈이 있었고, 지식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죽어버렸다.


그들의 흔적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가족도, 친척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의 연결점이,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그 군인들 중 하나였던 이가 남긴 글만이 조금씩 우리에게 전해질 뿐이었다.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여기에서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요.

알려줘요. 제발.



하지만 답변해준 이는 없었다.

우리는 이 글을 쓴 자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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