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May 04. 2023

동동거리지 않는 연애

 마음껏 사랑하면 그만큼 아플 수밖에 없는 걸까.


 사랑하는 마음보다 늘 반만 사랑하기 위해 애쓰던 때엔 진심을 다하지 않았기에, 정을 다 주지 않았기에 사랑이 쉽게 끝이 나고 아프지도 않았다. 상대방을 애정결핍으로 만들었던 과거의 나. 사랑을 갈구하며 울부짖던 그들을 무심하게 버렸던 과거의 나다.


 세월이 흘렀고, 사람과 사랑이 귀하단 걸 깨닫고부턴 나도 이제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소중한 인연이 찾아왔고, 풋풋하던 스무 살의 사랑처럼 진심을 다해 걱정하고 애쓰며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아픈 시간은 찾아왔고, 나 혼자 동동거리고 있단 걸 깨닫게 된 순간, 역시 내 모든 걸 다 쏟는 사랑은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늘 내가 우선이었고 내 감정이, 내 일이 우선이었던 이기적인 과거의 나를 청산하고자 나만큼 그를 우선으로 생각했고, 그의 감정을, 그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내가 동동거리는 것만큼 그가 동동거리지 않는단 걸 알았을 때,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과연 나다운 연애인가? 상대방의 행동에 하루가 좌지우지되는 이 연애가 건강한 연애인가?


 건강한 연애는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가능하다. 나보다 소중한 건 그 어디에도 없다. 사랑을 할 땐 진심을 다하되, 그것이 내 전부가 되진 않도록 내 삶과 사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역시 삼십 대가 되어도 사랑은 쉽지 않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고찰해야 한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동동거리지 않기로 했다. 나를 잃지 않고 좀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사랑으로 가득 채웠던 내 마음에 조금의 공간을 남겨놓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너를 놓아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