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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9. 2023

오늘도 카페에 출근합니다

 나름대로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내게 딱 한 가지 자신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일찍 일어나기’이다. 분명 자기 전엔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아침만 되면 그 다짐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잔뜩 줄 세워 맞춰놨던 알람을 미루고 미루다 겨우 일어나서 정신없이 준비하고 집에서 나오자마자 휴대폰으로 버스 어플을 확인한다. ‘7분’이라는 숫자를 확인하고 아침부터 레이스를 벌인다. 아침운동 따로 필요 없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 매일 버스와 함께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경주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은 내가 이겼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가방에서 휴대용 선풍기를 꺼내 땀을 식힌다. 여름이 아닌데도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다 보니 휴대용 선풍기는 필수이다. 30분이 넘는 시간을 매일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출근길엔 늘 보는 똑같은 창밖 광경은 패스한다. (그래도 가끔 피곤할 땐 창밖을 보며 멍 때린다.) 주로 이 시간을 활용해서 블로그 글을 쓰거나 글감이 떠오르면 에세이에 실을 글을 쓰곤 한다. 아침마다 들쭉날쭉인 버스와 경주를 할 때면 차를 몰고 싶다가도, 안전하게 버스에 타서 착석만 할 수 있다면 이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으니 이것도 꽤나 괜찮은 시간인 셈이다.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늘 보던 고양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가 져야 움직이는 친구이므로 인기척이 들려도 아랑곳 않고 잠에 빠져있다. 길 고양이치고 보금자리도 있고 사람 눈치도 안 보는 걸로 보아 복이 참 많은 고양이이다. ‘안녕!’ 혼자 조용히 인사를 건네고 빠르게 이동한다.


 나는 매일 카페에 출근한다. 커피 없인 잠을 깰 수 없는 대단한 카페인 중독자인 데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글을 쓸 수 있는 건 참 행운이다. 머신을 세팅하고 손님이 마실 수 있게 물과 컵을 미리 준비해 놓고 조명을 켜고 실내온도를 맞춘다. 잠겨있던 출입문을 열면 아침을 깨우러 온 손님들을 환하게 맞이한다. 자주 오는 손님과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특별한 대화가 없어도 서로를 알고 있다는 눈짓과 인사가 참 좋다.


 매일 같은 공간에 출근해서 준비를 하면 이런저런 사람들이 오간다. 잘 마시고 간다는 한 마디, 내가 해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한 마디, 나를 보러 온다는 한 마디가 이 일에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대부분 지친 상태로 카페인 수혈을 하러 오거나 지인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방문하기에 주문을 위한 무미건조하고 짧은 형식적인 말만 하지만, 얼굴을 익히고 미소를 주고받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지친 마음도 스르르 풀린다. 단골손님에겐 같은 커피라도 더 신경을 써서 만들곤 한다. 내 진심이 상대에 닿을 때, 상대의 진심이 내게 전해질 때, 그 순간들을 위해 매일을 일한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머그잔에 담는다. 반질반질하게 잘 스팀 된 따뜻한 우유를 원을 그리며 에스프레소에 섞으며 붓는다. 오늘은 하트가 통통하고 예쁘게 잘 만들어졌다. 한 모금 ‘씁-’ 하고 들이켠다. 쌉쌀한 첫맛 이후 우유의 고소함이 입안을 감싼다. 따뜻한 라테처럼 쌉쌀하기도 고소하기도 한 하루가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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