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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07. 2022

사랑 참 어렵다


 이성적이라 자부했던 내가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 싫다. 자꾸 감정이 올라오려는 것도 싫다. 사랑은 절대 이성으로 설명할  없는 감정의 영역이다. 감정을 꺼내 사랑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고 기대게 되고, 기대하게 된다.

​​

 오랫동안 꽤나 방어적인 연애를 했다. 상대는 나에게 사랑과 관심을 요했고, 애송이 같은 사랑 따윈 쉽게 버렸다. 화분에 물을 줘야 꽃이 자란다는 그지 같은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나다. 징징대는 연애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멍청한 감정 소모가 너무 싫었다.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나를 멋지다고, 엄마 같다고, 선생님 같다고 말하는 그들도 너무 싫었다. "  선생님, 엄마 하려고 만난 거 아닌데요?" 하고 버렸다.


 나는 꽤나 세상의 풍파와 시련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눈치도 빠르고 사람의 상처나 아픔을 끄집어내서 다독여준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고, 그래서 그런 불쌍한 강아지 같은 사람이 많이 끌렸나 보다. 그들을 다독여주면서도 항상 나를 다독여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나는  항상 남을 품어주면서 정작  작은  하나 기댈 곳이 없을까 생각했다. 서글펐다. 그러면서 점점 사람과 사랑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어차피  끌어안아줄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하며, 자포자기했다.

​​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겪고 기준을 세운 기한까지는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도 둘의 사랑은 견고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많은 것들이 삐걱대는 날이면, 사랑을 다시 믿기로 한 내가 바보 같단 생각이 밀려온다.


 또다시 사랑은 바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바보가 되기를 택했지만 바보가 되는 과정이 숨이 막힌다. 사랑은 내가 싫어하는 등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는 과정이 너무나 버겁고 포기하고 싶단 말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에 인내를 거듭한 자만이 정상의 맛을 보는 거겠지. 인내, 사랑,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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