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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28. 2022

사람과 사랑-예술과 괴짜는 한 끗 차이

 요즘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즐겁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생애 전부를 다 알 순 없지만 생각의 일부를 간접 경험할 수 있으니 그 사람이란 책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ㅇ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고 흥미롭게 듣곤 한다. 특히나 요즘은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 그들이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겪는 방황과 생각들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때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 날것이라 참 좋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찌들면서 점점 나에 대해,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걸 잊어간다. 삼십 대가 된 내 주변에 삼십 대, 혹은 그 이상의 인생 선배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지혜에 감탄할 때도 있지만 반면에 그들의 경험과 잣대로 남을 쉽게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말하는 '관심'이란, 타인의 직업, 집안, 차, 경제력 따위의 것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의 관심을 말하는 것이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방금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도통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그럴 때면 함께 앉아있는 몇 시간 동안 난 누구와 대화를 했나 싶다. 자기 얘기만 실컷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레짐작하고 대답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점점 그런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주로 서로에게 질문한다. '어떤 걸 좋아해?' 따위의 시시콜콜한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는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와 같은 공감으로 둘 사이에 친밀감을 형성한다. 삼십 대가 된 지금, 다들 자기 얘기하기 바쁘다. 말하는 것은 쉽고 듣는 것은 어렵기에 '내 얘기 좀 들어줘.' 하고 이야기보따리를 쏟아내는 것이다.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대화는 듣고 공감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우린 서로 말하기 바쁠 뿐, 진정한 대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법륜스님은 서로에게 질문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했다. 자기 이야기에 갇혀버린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점점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퍼진다.


 나는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하던 것을 멈추고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눈을 감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음미한다'라고 칭하기로 했다. 음악을 듣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무심코 듣던 곡의 가사가 잘 들린다. 음식을 먹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음식의 맛과 향과 식감이 더 잘 느껴진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집중해서 음미해 보면 느끼지 못했던 걸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겪었던 일을 지나치면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지만 한번 더 생각하고 음미하면 사소한 경험에서도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나는 그래서 공상하고 생각하는 걸 즐긴다.


 그렇지만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생각이 많다'는 의미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 의미를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걸 싫어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잡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취미를 즐기곤 한다. 내가 맞고 그들이 틀리다곤 말 못 하겠다. 하지만 그들이 보면 생각이 많은 나는 궤변을 늘어놓는 괴짜이고, 나는 이것을 예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나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 나는 생각하는 습관 덕에 글을 쓸 수 있어 참 좋은데, 그래서 예술과 괴짜는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부쩍 어려워졌다. 그래서 자꾸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나와 꼭 맞는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눌 나날이 오지 않을까.

 어쨌든 사람과 사랑이 좋다는 결론이다. 마음껏 사랑할 때도, 이별의 아픔을 마음껏 느낄 때도 새로운 경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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