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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04. 2022

그놈의 홀로서기

 불행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과 비교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은 내 안에 초라하고 찌질한 자아가 자꾸 틈을 비집고 나와 나를 뒤집어 삼키려 한다. 나도 한때는 평범한 가정의 딸일 때가 있었고, 돌아갈 번듯한 집이 있었다. 나를 환영해주는 친구들이 항상 있었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힘들면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고 언제든 부르면 나와주는 사촌도 있었다. 지금 나의 가족은 붕괴되어 반쪽만 남아있고, 번듯한 집은 사라졌고, 친구들도 살기 바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다. 내가 힘들어도 말할 데가 없고 사촌과는 연락을 안 한 지 오래다. 나만 혼자고 모두가 함께인 느낌이다. 반쪽짜리여도 좋으니 소중한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 인생이 항상 혼자여서 너무 힘들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외로운 길을 혼자 가야 할까? 나는 왜 함께이면 안 되는 걸까?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면 좋겠다.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지 않으셨다. 사랑하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부모님은 이미 이렇게 돼버렸으니 나만은 꼭 미래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람을 사랑할 줄 몰랐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사랑했다. 사랑을 통해 인생을 배워나갔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어느 순간부터 주변은 온통 사랑을 하는데 나만 자꾸 혼자다. 그저 괜찮은 짝이 나타나지 않은 거라고 위로를 받고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짧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이 되고 나만 혼자 남으니 다 꼬여버린 것 같고 나만 패배자가 된 기분이다. 나는 정말 총체적 난국인 사람이다. 단순하지도, 착해빠지지도 않고 복잡하고 예민한 사람인데, 부모님은 이혼하고 집도 엄마가 가져가서 없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지만 가난한 작가 지망생인 지라 아직 번듯한 직업도 없다. 아빠는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고 지금도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성도, 통장잔고도 부족하다. 가족이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해서, 잊을 만하면 사고를 치거나 상처를 준다. 하나뿐인 가족조차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없는 존재인지라 가끔 이렇게 내가 바닥 깊숙이 가라앉을 땐 다 꼬여버린 기분이 들어 숨쉬기조차 버겁다. 침몰하는 배처럼 아래로 아래로 점점 가라앉는 기분이다. 나는 아래에서 지상을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도와달라고 소리쳐 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를 향해 손을 뻗어줄 그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남들에겐 평범한 지상에서의 삶이 내겐 그 무엇보다 간절하다.


 나는 반드시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 희망 하나로 여기까지 버텨온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희망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마저 없다면 현재의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부모님으로부터 경험한 실패한 사랑을 내 연인과 주변 사람과의 사랑으로 성공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진정 행복하려면 홀로서기를 잘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온전히 바로 설 줄 알아야, 외부에서 행복을 찾지 않아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잘해오다가도 언제까지 그놈의 홀로서기를 나 혼자만 해야 하지 싶을 때가 있다. 남들은 다 같이 서 있는데 왜 나만 계속 홀로 서야 하는 걸까, 정말 지긋지긋하다. 오늘만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껏 탓하고 슬퍼하려고 한다. 언젠간 내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들을 하나씩 내려두고 홀가분하게 날아오를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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