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길들이기
굶는 다이어트는 아니지만, 탄수화물 위주의 한식 밥상에 익숙한 사람은 국, 밥, 반찬 순으로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단 맛의 디저트와 아메리카노 한 잔이 루틴일 것이다.
따라서 첫 3일간의 유혹을 견뎌내는 사람은 사실상 탄수화물 중독으로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작업에 돌입한 것과 마찬가지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에 배고프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가는 것도 단백질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셰이크 형태의 단백질 가루를 싫어했다. 예전에 한 차례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입에 대기가 껄끄럽고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식이가 편리한 단백질 음료를 선택했고, 이 마저도 힘들면 두부와 양배추, 혹은 두부에 알배추를 기본 식으로 정했다. 이 식재료들은 포만감이 오래가는 편이고 소화도 쉽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물에 찬물을 얹은 음양수를 마시고, 너무 피곤한 날엔 설탕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4일째 되는 날부터는 아침에 한 번 단백질 음료를 마시고 점심과 저녁의 두 차례 식사를 했다. 고탄수화물을 피하고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샐러드드레싱으로 먹었다. 이때도 간을 아주 약하게 하거나 거의 하지 않았다. 식초를 사용하긴 했지만, 소금, 설탕,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소스를 금지했다.
4일간의 식단 중에서 기억에 떠오르는 음식은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돌려 먹는 채소찜이다. 물론 채소만 먹은 것은 아니다. 고등어, 연어, 오징어, 새우, 닭가슴살, 오리고기 등의 단백질을 돌아가며 먹고, 각종 채소는 제철에 나는 싼 가격의 것을 구입해 그때그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데 저염간장에 식초를 넣어 찍어 먹는다.
채소는 익히거나 생으로 자주 먹었고, 흰 강낭콩을 삶아 비트와 식초에 넣어 절인 것이나 병아리콩과 렌즈콩 삶은 것을 닭가슴살과 함께 먹었다.
이렇게 총 7일간 실행하다 보면, 입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혀에서 느끼는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아주 적은 양의 소금에도 짠맛을 느낄 수 있고, 아주 소량의 설탕에도 단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때 단맛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면, 다이어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중에 나온 당 대체 식품으로 알룰로스와 스테비아를 사용하면 되지만, 입맛 길들이기를 방해하므로 가급적 입 터짐 방지용 견과(아몬드 추천)를 하루에 10개에서 15개 정도 먹고 사과 반 쪽 등으로 단맛을 제한하면 효과가 있다.
여유가 된다면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100% 카카오 초콜릿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배고픔도 잊지만, 초콜릿의 쓴 맛이 단 맛보다 월등히 좋다는 것을 스스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온전히 다이어트를 위한 시간과 공간에 몰입해야 한다. 이를 테면, 예전에는 누군가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일에 몰두했다면,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동안에는 철저히 나와의 관계를 가장 소중한 관계로 삼아야 한다. 타인과의 만남에는 요리가 등장하거나 음료가 따른다. 이것은 벌크 업의 지름길이자,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이다.
또한,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자주 체중계에 오르지 말 것.
주변 사람들의 외모 평가에 신경 쓰지 말 것.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귀를 닫을 것.
지나친 강박이나 지나친 기대를 삼갈 것.
다이어트를 실천 중인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것.
배가 너무 고프다면, 아몬드나 두부, 따끈한 물, 루이보스 차나 허브 차가 도움이 된다.
특히 내 경우엔 페퍼민트 차가 효과가 있었다. 심신이 안정되고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런데 차는 사람 체질마다 효과가 다를 수 있으니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날엔 실내 자전거를 탔다.
실내 자전거는 처음 15분으로 시작해 점차 1시간까지 지속했다.
실내 자전거를 탈 때 지루하다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열고 OTT 한 편을 보며 페달을 밟았다.
이때 OTT는 경쟁 서바이벌 형식의 몰입도가 높은 시리즈로 선택했다.
날씨가 좋은 날엔 걷기와 뛰기를 하고, 실내에서 와이드 스쾃을 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잔뜩 바르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빠르게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이때 듣는 음악은 보폭에 맞는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했다. 장르는 과거에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비트가 강한 것이 지루하지 않다.
이렇게 일주일을 실천하면서 총 4킬로를 감량했다.
이대로 멈추어도 사실 겉보기에 하등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아직 새로 산 청바지를 입기에는 미진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먹는 양이나 식재료가 달라지면서 장의 반응이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다이어트의 첫 번째 고비는 배고픔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