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와 원피스
나이가 제법 지긋한 사람들은 기억한다. 습관적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순서로 영양소를 외운 덕에 언제나 밥, 반찬, 고기 순으로 먹는 밥상의 규칙. 이 규칙을 깨고 단백질을 먼저 챙기면 살은 생각보다 잘 빠지는 편이다. 그러나 지나친 단백질 섭취는 변비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닭가슴살이나 삶은 달걀은 식이섬유가 거의 없으니 장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올리브유(가능한 질 좋은 올리브유)를 소주 1잔 정도 아침에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일 올리브유를 마시기 어렵다면, 몇 가지 방안이 더 있다.
첫째, 아침에 미지근한 물 1-2잔 마시기
둘째, 압착귀리(오트밀) 죽 만들어 먹기
셋째, 푸룬(건자두) 주스나 푸른 2-3알 먹기
넷째, 무가당 요거트 먹기
다섯째, 가루 형태의 유산균을 하루 한 번 섭취
이중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다. 물 마시기는 다이어트 기간 내내 가장 필수적인 행동 요법이다. 물만 잘 마셔도 체중 감량에 큰 도움이 된다.
압착 귀리는 시중에 나온 것이 여러 종류 있지만, 다른 성분을 섞지 않은 순수한 오트밀을 선택해서 죽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오트밀 달걀 두부 죽이나, 오트밀 미역 순두부 죽을 자주 만들어 먹었다. 오트밀은 한 끼 식사는 물론 포만감도 오래가고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건자두는 심각한 변비 증상이 있을 때 활용하면 좋다. 달달한 건포도 맛이 나기 때문에 단 것이 먹고 싶으면 이를 요거트와 함께 먹어도 좋다. 아니면, 자신의 몸에 알맞은 유산균을 1포 섭취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섭취하면 매우 곤란하다. 본인의 몸에 맞는 것을 하나씩만 실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처럼 첫 일주일간의 체중 감량은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짠 맛이나 단 맛, 매운맛 등에 길들여진 오랜 식습관을 원시인 입맛으로 돌리니, 채소마다 단 맛이 살아 있고, 고기마다 짠맛과 감칠맛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몸이 깨닫는다.
단순히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닌, 갱년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인 만큼 딱 일주일간의 행동 요법으로 모든 갱년기 증상이 사라지진 않는다. 여전히 아침마다 가슴에서 불이 솟아오르고 훅 하니 땀이 났으며, 등줄기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오르곤 했다. 특히 환절기가 되면 이 증상은 심해진다.
"나이 들면, 몸에 온도 조절 장치가 고장이 나. 마치 고장 난 보일러처럼..."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리 쪽은 차갑고, 머리 쪽은 뜨거운 것이 갱년기의 일반적 증상이다. 그래서 다이어트 중에 보조제를 먹지는 않았지만, 영양제는 꼭 챙겼다. 비타민 D, 아연, 칼슘, 오메가 3, 루테인, 비타민 C, 이소플라본 등이 그것이다. 요즘은 이러한 영양제를 간단히 섭취하는 제품이 시중에 많다. 자신의 건강에 맞게 섭취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지병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의하시라.
나는 특히 얼굴에 땀이 많이 나는 체질에 하체가 차갑고 상체에 살이 잘 찌는 타입이다. 어깨가 넓어 조금만 살이 쪄도 남들보다 거대해 보이니 참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생 프릴이나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를 입을 기회가 없었다. 간혹 어깨가 봉긋한 여름옷을 입기라도 하면, 일반인보다 훨씬 커 보이니 살이 쪘다는 오해를 받았고, 대신 각 진 제복이 어울리는 그런 정장미는 장착되어 있는 편이었다. 이런 체형이 살이 빠지면 미니멀한 원피스를 누구보다 잘 소화해 낼 수 있다.
이미지 프롬프트 : Dall-E (A slightly chubby East Asian woman on a diet stands in front of an open wardrobe, holding a dress that no longer fits her. She looks at it with a thoughtful expression. The wardrobe contains various clothing items, and the room has a cozy, minimalistic style. The lighting is soft and natural.)
다이어트 전, 옷장에서 잠자는 원피스를 몽땅 버려야 할지 모르는 판국에 마지막으로 한 계절을 입어보고 정리하고 싶었다. 청춘을 돌릴 수는 없어도 건강하게 갱년기를 맞이한 후 오래된 옷들과 고별인사를 한다면 한이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열정적인 시절, 열심히 일하고 생활했던 역사가 고스란히 옷장 안에서 잠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는 동안 옷장 속에서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아니, 잠자는 장롱 속 원피스가 널브러진 채 우울한 옷걸이에 매달려 있었다.
그렇다. 재활 기간 동안은 운동복 몇 장 외에 공식적으로 차려입고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슬프지만, 나와 원피스들은 오랫동안 잊혀진 계절이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