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은 바뀔까요?”라고 질문하면 어떤 이는 바뀐다고 하고 어떤 이는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네. 바뀝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라고 질문하면
“우리 옆집에 큰 애가 진짜 성격이 이상하였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착해졌어요”
옆에 있는 다른 사람도 따라 얘기한다.
“우리 윗집 아저씨가요 진짜 진짜 사람 좋았는데 지금은 무슨 영문인지 너무 난폭한 것이, 사람 영 이상해졌어요”
이렇게 얘기하며 성격은 바뀐다고 확신한다.
바로 답을 하자면,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많은 성격 심리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혈액형이 정해져 태어나듯 성격도 정해져 태어난다. B형 혈액형인 사람이 살아가면서 A형으로 바뀌지 않듯, 성격 역시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 성격유형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간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누군가가 법륜스님에게 질문한다.
“스님, 저는 제 성격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냥 살지 왜 바꾸려고 해요. 성격 못 바꿔요. 성격 안 바뀌어요. 그냥 살아요. 왜, 그래도 바꾸고 싶어요?”
“네. 바꾸고 싶어요. 이렇게 계속 살고 싶지 않아요”
“정 그렇다면 당장 내려갈 때 전기 충전기를 하나 싸요. 그리고 본인이 성격 바꾸고 싶을 때 그걸로 옆구리를 꾹 찔러요. 그러면 ‘찌리릿’ 하고 기절할 겁니다. 한 번 한다고 안 바뀌어요. 그렇게 세 번 해야 성격 바꿀 수 있어요. 그렇게 세 번 할 수 있겠어요? 못해요. 그러니 그냥 살아요”
그러니까, 죽기 전엔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성격이 바뀐 것을 잘 보여준다. 연쇄 살인마인 주인공은 그날도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오다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뇌를 크게 다쳤고 몇 번의 뇌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고는 그렇게 자다가도 밥 먹다가도 불쑥 튀어나오던 살인의 충동이 사라진다.
성격은 타고난 뇌를 바꾸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는다.
이런 얘기는 소설 속의 얘기인 것만도 아니다. 한겨울 새벽, 모자와 목도리로 무장한 채 자전거로 출근하던 내 친구 미옥은 너무 감싼 탓에 버스를 보지 못해 부딪히고 말았다. 이 사고로 미옥은 뇌를 크게 다쳤다. 병원에서는 미옥의 머리뼈를 잘라 냉동 보관하였다. 그리고 3년 뒤 뇌가 다시 안정되었을 때 머리뼈를 옮겨 넣었다. 그렇게 죽음 문턱을 다녀온 미옥은 건강하게 다시 우리와 계를 하고 있다. 나는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미옥을 보면서 절감했다.
그런데 지금의 미옥은 사고 전의 미옥과는 영 다른 성격이다. 우리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얌전하던 미옥은 지금은 가장 발랄하다. 사고 전엔, 함께 걸어가면서 미옥의 얘기를 들으려면 입 모양을 보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렇던 미옥이 지금은 제일 목소리도 크고 액션도 크다.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뇌가 바뀌지 않고는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바뀌지 않는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정작 본인의 성격도 못 바꾸는데 다른 사람의 성격을 바꿔보겠다고 힘쓰는 사람들도 있다. 부질없다. 괜한 노력으로 힘 빼지 말길 바란다.
그럼 성격이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바뀐 것일까? 이는 성격의 다른 얼굴 '인격'에서 다시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