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 후선 Aug 17. 2024

마음이란 놈

장님과 앉은뱅이가 한마을에 살았다. 어쩌다 둘은 알게 되었다. 앉은뱅이에겐 장님의 다리가 필요했고 장님에겐 앉은뱅이의 눈이 필요했기에 둘은 함께 하기로 했다. 

앉은뱅이는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를 금방 갈 수 있었기에 너무나 행복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게 너무도 행복하여 사는 게 룰루랄라 즐거웠다. 장님 역시도 몇 미터도 가기 어려웠는데 스스럼없이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둘은 이렇게 한동안 행복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하루는 앉은뱅이가 이런 생각을 했다.

‘가만 생각하니 내가 손해인 것 같아. 내 눈이 저 친구의 다리보다 더 큰 일을 한다고 생각해. 내 눈이 없으면 동네 구경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를걸’

장님도 이런 생각을 했다.

‘가만 생각하니 내가 더 손해인 것 같아. 내 다리가 저 친구의 눈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잖아. 내 다리가 없으면 어떻게 저렇게 마을을 한 바퀴 휙 빠르게 돌 수 있겠어’

이렇게 하루하루가 그리도 기다려지던 두 사람은 만나면 불평불만인 사이로 바뀌었다.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얄팍하고 교활하다.


마음을 알고자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 널리 쓰이고 있는 검사가 MMPI 심리검사다. MMPI 심리검사는 정신과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빠지지 않는 검사로 신체적 불편감, 기분 저하감, 히스테리 증상, 분노감, 대인관계에서의 민감성과 피해의식, 불안감, 독특한 사고, 에너지의 수준, 에너지 강도 등과 같은 마음을 진단한다.  

MMPI에서 1번이 건강염려증인데 이 병은 늘 몸이 아프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MRI, X-Ray 촬영, CT 촬영을 해봐도 병명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분명 아프다. 이쪽저쪽 아픈 데도 많다. 배탈도 나고, 머리도 깨질 것 같고, 손도 저린다. 절대 거짓으로 아픈 것이 아니다. 

원인은 마음에 있다. 히스테리가 심하거나 우울증이 심하면 마음이 몸으로 옮겨가 통증을 유발한다. 마음이 아프니 MRI나 X-Ray 검사로 알 방법이 없다. 많은 어려움 끝에 정신과에 가면 원인을 찾게 된다. 엄한데 가서 원인을 찾으려니 그리 어렵다.      

몸의 병은 갑작스런 사고를 제외하곤 서서히 찾아오지만, 마음은 일순간이다. 사랑하는 애인이 다른 여자와 팔짱 끼고 가는 것을 보는 순간 마음은 바뀌어 미워진다. 그러다 팔짱 낀 여자가 여동생인 줄 알면 또 바로 환해진다. 나에게 참 잘해주던 사람도 뭐 하나가 내 마음을 상하게 하면 만나기 싫어지게 되어 곧바로 멀어진다.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변덕스럽다.


남편이 하루는 짝퉁백을 가지고 왔다. 생전 나에게 뭘 사다 주는 사람이 아닌데 뭔 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이랬다. 중국에 공장이 있어 자주 중국을 들르는 남편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이 중국에 짝퉁 명품가방이 잘 나온다고 하니 마누라들 하나씩 사주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친구는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이렇게 해서 아내들은 모두 명품백(?)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짝퉁이지만 겉모양은 천상 명품이었다. 나는 아주 만족하며 잘 들고 다녔다. 비가 오면 혹 가방이 비에 젖을까 해서 안고 비를 맞았다. 어떤 이가 명품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비 올 때 머리에 얹고 가는지 가슴에 안고 가는지를 보면 안다고 하였는데, 나는 달랐다. 유럽 여행 가서 큰맘 먹고 사온 샤넬백은 비 올 때 머리에 얹고 간다. 큼직하니 비를 가리기 좋다. 하지만, 그 짝퉁백은 가슴에 안고 뛴다. 진품은 단단하게 잘 만들어졌기에 비를 맞아도 끄떡없다. 하지만 짝퉁이나 인터넷에 저렴한 물건들은 살 땐 참 예쁘지만,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 금방 망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귀하고 귀하게 다룬다. 

그다음 모임에서 모두의 화제 주인공은 짝퉁백 이었다. 그런데 한 친구의 아내가 이렇게 얘기한다.

“디자인은 예뻤어요. 그런데 메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자꾸 사람들이 내 가방을 보며 속으로 짝퉁을 메고 다닌다고 욕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저히 못 메고 다니겠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버렸어요.” 

나는 속으로 ‘G랄도 풍년일세! 버릴 것이면 우리 집 마당에다 버릴 것이지’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다양하다.    


마음은 대나무 같다. 다른 나무들보다 단단하지는 않지만, 절대 바람에 부러지지 않고, 죽죽 뻗은 자태가 예쁜 대나무.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따뜻하다, 사랑스럽다, 예쁘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바로 마음을 설명하는 것 같다.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강하다.

이전 15화 인지란 놈 참으로 대단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