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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색하늘 Oct 07. 2022

Insomnia #2

  불면증 두 번째 이야기. 지난번 불면증에 대해 가볍게 끄적거리고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사실 지난 한 주 동안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잠을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침대에 누웠을 뿐이니까, 어느 날 저절로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라는 괜찮은 상황이 생길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불면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의학적으로는 적어도 3개월은 증상을 지켜봐야 불면증을 알 수 있다고 하니, 아직 이정도면 일시적인 계절변화 같은 것에, 혹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한 주의 새벽을 잔뜩 핏줄 선 뜬 눈으로 보냈다.


  계속 조금 나른하긴 했지만, 일주일 정도는 그건 그것 대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깨어 있지 않았던 시간에 색다른 소리들을 듣는 것도, 창 밖으로 매일 같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시험을 며칠 앞두고 벼락치기를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특별한 목적 없이 패배했다는 기분이 싫어 무작정 내달렸던 그 때. 지금 다시 그렇게 공부하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젊음은 굉장했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었던 승부욕이라거나, 그걸 뒷받침할 수 있었던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모두.


   형광등 아래 보내는 새벽은 다르지 않을 텐데, 그때보다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지금에서는 이렇게 차가운 불빛 아래서조차 아무런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물론 지금이야 새벽에 분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그다지 없지만서도, 지금이 아닌 하루 어딘가에서 분명 부족한 잠을 채우게 될 생각을 하면 지금 이렇게 앉아서 느긋하게 책을 읽는 건 분명 사치스러운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새벽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딱히 좋은 생각도 의욕도 떠오르지 않아 무작정 책을 펼친 것뿐이라, 더욱 답답한 것이다.


   그래도 그저 이 상태로 전부였다면, 분명 낯선 새벽에 금방 익숙해져, 조금은 유익하게 그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지만, 한 주가 지나고 보니 '잠이 오지 않는다,' 라는 건 생각보다 심각한 증상이 되어 있었다. 가장 첫 번째로 아침 시간을 더 이상 커피로 버틸 수 없게 되어 버린 건,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평균적인 출근 시간은 여느 때보다는 조금 빨라졌지만, 전체적인 오전 시간의 밀도는 낮아져, 이곳 저곳에 구멍이 송송 뚫린 카스텔라처럼──, 그러나 전혀 부드럽고 달콤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하루는 오전 미팅에서 병든 닭처럼 졸기도 했었다. 그리고 가끔씩 점심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다가 아름드리 나무 아래 잠깐 앉은 벤치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려 이래저래 곤란한 상황도 있었다.


   조금은 심각함을 깨닫고, 불면증에 좋은 음식이라거나, 운동 같은 것들을 찾아보니 주변에서는 체리나 키위, 달콤한 벌꿀이나 담백한 국화차 같은 것들을 추천했는데, 글쎄, 역시 민간요법은 믿을 게 못되는 건지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이완 운동이나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듯 싶어서, 결국 마지막으로 한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고 자주 티타임을 갖는 몇몇부터 여기저기 이야기했지만, 주변에서는 여태까지 커피도 끊지 못한 채로 불면증 해결법을 찾았던 거냐며, 마치 금연한다면서 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는 항상 있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며 깔깔거렸다.

   아아──, 그렇지.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너무나 당연한 것 이였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불면증으로 인한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커피로 인해 잠은 더 멀리 달아나고, 악순환은 거기서부터 였구나 싶어서, 으음──, 이 정도면 바보라고 놀림받아 마땅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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