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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Jun 13. 2022

사막에 여름이 오면...

카타르의 여름을 표현해 보자.


숫자로 표현하자면 기온 50도를 넘나드는 온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드라이기를 틀어서 코밑에 가져다 내고 숨을 쉬는 기분.

아스팔트에 날계란 하나 타악- 까 놓으면 2분 내에 잘 익은 계란 프라이를 먹을 수 있을듯한 열기.

길거리에 쑥과 허브 주머니만 달아놓는다면, 나라 전체를 사우나로 이용할 수 있을 듯한 어마어마한 더위.


결론은, 무진장 무진장 덥다.


사막에 여름이 오고 있으니(벌써 온 것 같다...) 그 위력은 뭐 말할 필요 없겠지만,

습기 많은 한국의 더위가 아니라 건조한 더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한국의 여름이 습식 사우나라면, 카타르는 물기 하나 없는 건식 사우나라고나 할까.




이런 카타르의 여름을 나는 필수 아이템 3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글라스와 카디건, 그리고 물이다.


10초만 쬐고 있으면 하루치 광합성을 다한 듯 느껴지는 같은 초강력 자외선 햇볕 때문에 선글라스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다.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고 무작정 나갔다가는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나는 건물 밖을 나가기 전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출입문을 연다.


같은 원리로 햇볕이 너무 강해서 민소매나 반팔을 입으면 살이 따갑다 못해 아프다.

게다가 어느 곳을 가든 간에 에이컨을 틀어놓기 때문에 내부는 진짜 춥다.

그래서 외부의 햇볕과 내부의 에어컨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긴팔 카디건은 필수이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겨울에는 많이 걸으려고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지만, 외부 온도가 50도를 넘나드는 여름에는 지하철역까지 걸어 다닐 자신이 없어서 무조건 우버를 부른다. 여름에 괜히 잘못 돌아다녔다가는 일사병 걸리기 딱 좋기 때문에 무조건 택시를 이용하고, 한낮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다. 또한 되도록 작은 물병 하나를 꼭 챙겨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더운 날씨에 주기적으로 수분을 보충하기에 유용하다.




6월 중순인데 벌써 40도를 넘기 시작한...

직업의 특성상 한 달의 반 정도는 도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이 끝난 후 도하로 돌아오면 계절의 변화를 크게 느끼는 편이다.


비행기 속도로 흐르는 시간 탓에, 비행 몇 개와 함께 나의 한 달은 쓱 지나가버리고, 봄이라고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또 몇 달 동안은 카타르 도착 후 비행기 문을 열면, 예열되어 있는 오븐의 문을 연 것처럼 엄청난 열기가 나를 반기겠지만, 이 또한 집에 잘 도착했다는 의미이니 반갑게 생각해야지.


이렇게 카타르에서 맞는 여덟 번째 여름은 시작되었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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