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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Aug 01. 2022

승무원만 아는 뷰 맛집

건물 하나,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하늘 뷰를 즐길 수 있는 곳.

오롯이 하늘 그 자체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물이 핑 돌만큼 아름다운 뷰를 선사해 주는 곳.


그곳은 바로... 기장실이다!


일명 Flight deck이라고 불리는 기장실은 기장님과 부기장님이 일을 하시는 곳이지만, 업무상의 이유로 가끔 승무원들도 들어가는데, 나도 프리미엄 크루로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꽤 자주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넓지 않은 기장실 내에 빼곡히 들어선 작은 버튼들과 계기판에 정신이 팔렸는데, 어느 순간 기장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하늘이라는 바리스타는 기장실 유리창 가득 주황빛의 석양 라테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하늘색과 보라색 그리고 붉은색이 오묘하게 뒤섞인 아름다운 일출 라테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뛰어난 바리스타의 솜씨에 나는 눈물이 핑 돌 정도의 감동을 받는다.


기장실 창밖 아래로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는 날에는 마치 하늘바다에서 쾌속선을 타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들고, 비행기가 구름 속 한가운데로 지나갈 때는 혹시나 구름 속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날 수도 있을 것만 같아 창밖을 더욱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이착륙 시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은 마치 레고로 만든 도시를 보는 듯하고, 맑은 날의 비행들은 눈 덮인 산, 사막, 바다 등 자연 그대로의 날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얼마 전에는 밤 비행 중 기장실에 들어갔다가 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았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기장님께서는 나를 위해 기장실 내부 조명을 더욱 어둡게 조절해 주셨는데, 덕분에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가 별이나 밤 구름이 되어서 다른 별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감동적으로 아름다웠던 순간이었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비행 중 마시는 라테 한 잔, 비행 후의 뿌듯함, 랜딩 후에 즐기는 따뜻한 샤워, 샤워 후 침대에 누웠을 때에 몰려오는 노곤 노곤함, 도시에서의 즐거운 레이오버 등... 내가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이제 여기에 기장실에서 보는 아름다운 뷰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하늘 바리스타님!

다음 오후 비행에는 다홍색이 들어간 아름다운 석양 라테 주문이요!!!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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