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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Aug 08. 2022

비행 그 쌉쌀함과 달콤함에 관하여

나에게 비행은 진한 다크 초콜릿 같다.


비행의 시작은 쌉쌀하다.

진한 다크 초콜릿을 처음 머금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오늘은 어떤 손님들을 만날까, 어떤 크루들과 비행을 하게 될까.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여 묘한 쌉쌀함을 가져다준다.


막상 비행 브리핑을 시작하면, 모두가 화기애애해지는데,

그전까지의 서먹한 그 분위기가 아직도 나는 낯설고 긴장된다.




마냥 쓸 것 만 같던 다크 초콜릿도, 음미하다 보면 슬슬 달콤한 맛이 나기 시작한다.


비행이 그렇다.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이 모두 요구되는 비행. 특히 감정적으로 더 힘든 날은 마음이 씁쓸하지만, 그럴 때는 화장실이나 갤리(기내 부엌)에서 한차례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인드 컨트롤을 한 후 다시 힘을 내어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힘들고 바쁜 비행 가운데 들려오는 손님들의 고맙다는 인사와 격려의 말들, 건네주시는 미소 하나에 나의 마음은 사르르 녹아버린다. 


쌉쌀한 맛을 느낀 후라 그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그 달콤함은 묘한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비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 쌓이는 경험들과 생각하게 되는 고민들... 쉬는 시간과 시차를 함께해 주는 책들과 영화들, 한국의 라디오... 


이 모든 것이 내 비행의 초콜릿 속을 채워간다.


때로는 달콤한 기억의 한 조각이 상큼한 과일이 되어 쌓이고, 때로는 실수와 깨달음의 순간이 단단한 견과류가 되어 쌓이는 기분이다.




이 기나긴 비행의 여정의 끝에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밤.


부디 시간이 흐른 삶의 어느 순간 지금을 떠올렸을 때, 한 조각 한 조각 음미할 수 있는 귀한 경험과 소중한 추억이 쌓이기를...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도 그렇게 남을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 본다.


이렇게 오늘도 나의 달콤 쌉쌀한 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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