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도 비가 올까? 했는데, 살아보니, 사막에도 비가 오더라.
1년에 비 오는 날은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지만, 그 며칠 동안 1년의 강우량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이 비는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드는 게 목적일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붓는다.
처음에는 사막 땅에서 비를 보는 것만으로 신기하고, 비 구경에 행복했는데, (개인적으로 창가에 앉아서 비 구경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따끈한 커피와 감성적인 음악은 필수!) 그 어마어마한 양을 몇 번 겪어보고 나서는, 이제는 비 오는 게 무서울 지경이다.
그래도 사막의 비는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절이 바뀔 때 즈음이 되면, 내심 비를 기다리고는 한다.
여름의 비는 달궈진 사막의 열기를 식히며, 선선한 겨울을 가져다주고,
겨울의 비는 차가운 사막 땅을 적시며, 뜨거운 여름을 가져다준다.
카타르의 겨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대체로 선선하며, 저녁에는 도톰한 카디건을 걸치고 산책하기 딱 좋은, 한국의 늦가을 정도의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사실 매년 점점 더 추워지는 것 같다...)
올해에는 비 소식 없이 겨울이 와서 신기해하던 참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행 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마트에 가서 먹을 걸 사 가지고 돌아온 후라, 하늘에서 내려주는 '굿바이 2021년' 물 폭탄은 용케 피했다.
부디, 이번 비는 사막의 겨울뿐 아니라, 2022년, 새해에 좋은 기운을 잔뜩 가져와주기를...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 안 좋았던 기억은 싹 잊으라는 듯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새해를 다짐한 2021년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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