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위스키와 소주의 차이

by 미녜

혼자 술을 마시는 게 내 취미 중 하나다.

취미라기보다는 고생한 한 주에 대한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것이다.

목요일만 되면 하루 종일 행복한 고민을 한다.


"금요일 술안주는 어떤 게 좋을까"


집 근처에 위스키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생겼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거의 소주, 맥주를 먹는 유형이라 위스키는 뭔가 낯설었기 때문.

그런데 그 가게가 계속 눈에 밟혔다.

결정적으로 하루는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는데, 요즘 식당에서는 소주 값을 6000원으로 받더라.


"아니 편의점에서도 아직 2천원을 안 하는데, 식당에서는 3배를 넘게 받는다고?"


이게 서울의 신문물이냐.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집에 와서도 계속 아른거렸다.

뭔가 분했다.


"난 혼술을 해도 거의 소주를 마시는 편인데, 소주 값을 6000원 받는다면 이것저것 기타 안주를 생각하면..."


"그냥 위스키를 사서 집에서 저렴하게 하이볼로 마시는 게 경제적으로 더 괜찮지 않을까?"


"거기다 맛도 있잖아..! 분위기도 살고.."


물론 핑계였다.


식당에서 6000원으로 파는 소주가 집에 오면 1800원인데?

그냥 마트에서 소주를 사와 집에서 편하게 마시면 된다.

저 때의 나는 그 위스키 가게가 계속 생각나서, 마실 수 있는 이유를 찾았던 거 같다.




-띠링


가게 내부의 분위기는 신기했다.

고풍스러운 가구와 낡은 쇼파.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오로골 소리.

카운터에는 메트로놈이 놓여 있었는데, 오르골 소리에 화음을 보태주는 듯 했다.


밖에서 본 가게 입구에는 고급스러운 병으로 가득했지만, 소주와 맥주도 같이 팔고 있었다.

위스키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줄 알았는데 살짝 안심이 됐다.


"아 입문용 위스키요?"


"여기 짐빔 화이트,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성비 제일 좋은 위스키에요!"


주섬주섬 각얼음과 레몬즙, 그리고 토닉워터 제로도 구매했다.

사장님이 하이볼 잔까지 챙겨주셨다.

이때 살짝 기분이 좋아져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위스키 맛은 처음에는 어렵죠. 그래서 제가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오늘 산 위스키를 마시다가 마지막 한잔 정도의 양을 남겨요"


"그리고 다음에 오실 때 다른 위스키를 구매해서 그전에 샀던 것과 맛을 비교하면서 드셔보세요"


능숙하게 설명을 해주시는 사장님. 자연스레 다음을 기약당했다.

살짝 간지러운 느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토닉워터랑 토닉워터 제로는 맛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꼭 처음이면 그냥 전자를 사라고.. 어쩐지 토닉워터 제로를 가져왔을 때 사장님의 표정이 미묘했었다.




사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일단 각얼음으로 잔을 가득 채우고, 위스키와 토닉워터를 1:4비율로.

미니 레몬즙 하나 개봉해 다 넣지 말고, 반 정도 넣는 것으로 끝.


"아.. 맛있네"


처음 하이볼을 마시고 순수하게 터진 내 감탄사였다.


"이게 인생의 맛이지" 하며 소주를 즐겨 먹던 나도.

사실 맛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이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바보였다. 지금까지 이런 싸구려 알코올로 내 건강을 축내고 있었다니.

드디어 깨달았어. 오늘부로 하이볼만 마실 거야. 감성적이고, 맛도 있는데 멋까지 있다고.


그리고 다음 주부터 또다시 소주를 마시게 됐다.



오늘 청소를 하다가 이 병을 발견하고 떠오른 두 달 전 이야기다.

난 이때 왜 하이볼을 그만두고 다시 소주로 돌아갔을까?


대략 내린 결론은,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는 스스로를 혹사시키기 때문이다.

소주를 마시고 다음날 눈을 뜨면 어질러진 병들이 보인다.

곧 숙취가 다가와 어지러운 아침이 시작된다.

한차례 토를 하고 결심이 서는 것이다.


아 절대 소주 안 마셔야지

이제는 진짜 안 마시고 금주해야겠다 어제가 마지막이었어


이렇게 자기 자신을 바닥으로 내팽개치고, 또다시 올라가고를 반복한다.

내려가는 것에 대한 쾌감과, 올라가는 것에 대한 쾌감이 연달아 나온다.

그래서 소주를 먹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해봤다.


하이볼은 뭔가 나를 망가뜨리기에는 부족했다.

술을 마신다는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맛있었으니까.


혼자 마신다는 행위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마조히즘과 닮았는데, 하이볼은 너무 달콤했다.

그래서 맛도 없는 소주를 홀짝거렸던 것.


술은 자고로 쓰고, 다음날 숙취로 움직이지 못해야 비로소 완성인 것이다.

하지만 뭔가, 저 사진을 보니 다시 생각나는 게.


"오늘 산 위스키를 마시다가 마지막 한잔 정도의 양을 남겨요"


"그리고 다음에 오실 때 다른 위스키를 구매해서 그전에 샀던 것과 맛을 비교하면서 드셔보세요"


이번 주, 술을 먹는 내 모습을 벌써 상상하게 된다.

하이볼이냐, 소주냐, 사실 문제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금요일의, 오늘의 술안주는 어떤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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