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는 사람"
"마음에 들면 주기적으로 보는 사람"
"평범한 일상을 넘어 사생활까지 공유가 되는 사람"
"나의 머리(카락)를 잘 아는 사람"
부모님은 명절 때나 보고, 친한 친구들과도 약속을 잡으려면 약간의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용실은 그런 게 없다.
거울에 비친 부스스한 머리를 볼 때면, 어김없이 연락을 하게 된다.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하지만 역시나 잘 맞아야 한다.
스몰토크를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 반면, 말 한마디 없는 고요함에 몸을 맡기는 손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기술, 성격, 서비스, 가격.. 등 여러 가지 조건도 같이 본다.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면 곧장 다른 곳을 찾게 된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을 뒤로하고, 1시간 넘어 있는 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정말 많지 않은가.
잘 맞는 미용실을 찾는 것은 소개팅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까다로운 만큼 아주 좋은 인연이 된다.
선생님과 손님, 서로의 라포르가 잘 형성됐다면 더 깊은 관계도 가능하다.
고민을 말하면 잘 들어주고, 또 거기에 새로운 답을 얻을 수도 있다.
가벼운 소재부터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이런 관계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샴푸할 때 내 머리카락이 물에 잠기는 거처럼, 미용실도 거대한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거 같다.
여기서 말하고 듣는 것은 물 밖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내 머리를 맡기는 동안 서로에게 맴돌다, 어느새 물결에 사라진다.
무엇보다, 역시 손님에 대해 잘 아는 선생님.
단순 머리카락을 넘어 손님이 어떤 마음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숙한 선생님이 있다.
'오늘은 이야기를 할 힘이 없네 피곤해..'
'그냥 조용히 받고 싶다'
평소에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저런 하루가 찾아오면 들리는 소리는 매장 내 음악뿐.
나를 엄청 잘 파악하고 있구나, 오히려 더 편해진다.
미용실에서 만나는 인연은 생각보다 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