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덫

단편소설

by 이수아

4.

사내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짙은 어둠 사이로 곰팡내가 났다. 쿰쿰한 냄새는 먼저 코와 입으로 스며들었고, 습기 때문에 옷이 눅눅했다. 사내가 계단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조명이 켜졌다. 그러나 깊이 내려앉은 어둠은 물러가지 않았다. 현우는 조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는 행성이고 여기 우주 같아. 그림책에서 봤는데 우주도 이렇게 캄캄해. 아빠, 우주복을 왜 입게?”

“음… 숨을 쉴 수 없으니까.”

“우주에서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코마가 된대.”

“코마?”

“응. 코마. 코마가 되면 생각도 할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대. 그런데 죽은 건 아니래.”


태섭은 핸드폰에 코마를 검색했다. 코마 상태는 혼수상태를 뜻했다. 전염병이 들끓어 사는 게 팍팍해진 이후 간간이 받는 재난 지원금으로 삶이 길들어가고, 가짜 뉴스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마치 코마를 닮은 것 같다고, 태섭은 생각했다.


누가 무시를 하든 말든 코마 상태로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꼬박꼬박 월급은 받았을 텐데, 태섭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이 많아서 이 꼴이 된 것 같다고 태섭이 자책하는 사이, 사내는 204호 문을 열었다,


“이 방이에요. 보시다시피 지하 2층이라 창문은 없지만, 웬만한 건 다 있어요. 얼마 전에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교체했어요. 아이가 있으면 전기레인지가 나을 거에요. 전기레인지는 켜놔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거든요.”


태섭은 한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싱크대와 변기 수압을 확인했다. 동현은 곰 인형을 침대에 앉히고 방방 뛰었다.


“엄마가 빨리 회사 구해서 여기로 왔으면 좋겠어.”


태섭은 애써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섭은 이사 온 뒤로 사흘간 집 밖을 나가지 않고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다. 해와 달이 네 번 뜨고 질 동안 무심한 핸드폰이 울린 건, 단 한 번뿐이었다. 태섭은 누군가에게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물었고 자리 나면 꼭 불러달라고 애원했다. 현우는 사흘간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워낙 라면을 좋아해 질리지는 않았지만, 라면을 먹을 때마다 들었던 지숙의 잔소리가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태섭은 라면을 끓였다. 태섭은 현우가 라면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식탁에 올려져 있던 태섭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너머로 지숙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우, 학교는?”

“아… 아직.”

“여태 전학도 안 시키고 뭐 했어?”

“내일 바로 할게.”


태섭은 전화를 끊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화장실로 갔다. 손으로 습기를 닦아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물을 틀어 얼굴에 끼얹었다. 애가 무슨 죄야. 파산했다고 인생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 이대로는 안 되겠어. 아무리 인맥이 있어도 개인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자신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태섭은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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