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몸에 베인 것이다. 저마다 자기만의 습관이 있다. 습관이 되게 하려면 무언갈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습관의 무서움을 자각하게 될 때가 있다. 빈 속에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셔 속이 싸해질 때도 그렇지만, 일상에서의 새로움을 보게 되는 찰나가 제일 겁이 나는 순간이다. 매일 걷는 길과 마주한 풍경, 자주 찾는 도서관은 늘 같지 않은데, 왜 같다고 당연시했던 걸까. 그것도 똑같다고. 그래서 때로 종종 지겹고 지루하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다 우연히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면 깜짝 놀라곤 한다.
매일이 다르다는 걸 새로이 깨닫는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가만 바라본다. 어제는 이 길가에 초록색만 있었던 것 같은데, 앙증맞은 노란색 꽃이 피었구나. 아담한 서가에 며칠 전만 해도 없었던 새로운 책 한 권이 놓였구나. 그러고 보니 올 때마다 같은 시각 대각선방향에 앉아서 공부하던 어느 어린 여자의 자리가 비어있네. 오전 11시가 조금 넘으면 기를 쓰고 내 자리로 들어오던 햇빛이 어디 갔지. 비가 와서 그런지 1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햇빛이 책을 덮지 않네.
여행을 갈 때면 설레는 새로움을 눈에 담으려고 여기저기 꼼꼼히 돌아본다. 낯선 길목으로 들어서면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건물과 이정표에 시선을 고정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낯선 길목에 들어선 것처럼 바라보면 참 좋겠다.
일상이 지겹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어제 같은 오늘을 무수히도 반복해 왔기에 습관이 되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 그렇게 일상의 소중함을 잊어간다. 이제 그만 착각을 뒤로하고, 나를 이루는 일상을 정성껏 눈에 담는다. 어릴 적 과학시간에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호기심 가득 무언갈 관찰했던 것처럼, 나의 일상을 자세히 본다. 그렇게 일상에 작은 사랑의 씨앗이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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