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온 지난 삼 년간 여덟 분의 작가 수업을 들었다. 소설, 시, 에세이, 동화, 그림책 수업 등이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수업을 지도하는 작가님의 팬심으로, 누군가는 취미로, 누군가는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우리의 공통점은 오직 하나였다. 모두가 무언갈 쓰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표현의 욕구가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운동, 그림, 악기 연주, 요리, 노래, 만들기 등. 이외에도 수많은 표현 방법이 있을 것이다. 표현은 다른 말로 하면 나를 드러내는 행위이다. 나를 둘러싼 일들과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는 글쓰기만큼 탁월한 도구는 없는 듯하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는 어릴 적부터 경쟁하며 자라났다. 학교에서 행해지는 성적 줄 세우기는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이어진다. 1985년생인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부모님의 직업과 수입을 조사하는 일이 별난 게 아니었다. 시골 촌집에 살던 나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에게서, 자기 방이 없는 언니는 자기 방이 있는 친구에게서 부러움을 느꼈다. 이것은 스스로도 모르게 열등감으로 자리했다.
지금 이 시대는 경쟁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 대학 혹은 대학원 출신과 유학을 다녀온 사람의 수가 넘쳐나는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사회, 치솟는 물가, 부동산 과열은 어렵게 선망하는 직업을 가져도 안정적으로 살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아무리 일해도 마음 편히 누울 집 하나 갖는 게 몹시 힘든 일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 속에 내던져진 우리는 지금의 자리에서 더 도태되지 않으려는 듯 분주히 돌아가는 일상에 맞추어 바쁘게 살아간다. 이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가 더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곤 한다.
국제 연합 United Nations의 2015년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이라고 한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 등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고 독서량 순위에서도 세계 166위로 하위권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9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성인들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7.5권으로 2년 전(9.4권)에 비해 1.9권 줄었다고 한다.
선진국에 속하는 한국의 독서량은 세계 하위권이고 책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한 일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서울 소재 C 책방에서 삼성 임직원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연이 열렸다. 강연자는 J 작가였다. J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신청자가 1000명이 넘어서, 삼성 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연이었다고 알렸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문해력이 걱정될 정도로 책을 잘 안 읽는다고 하는데,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수요는 늘어난 걸까.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세상이 되고,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벅찬 각자도생의 세상이 되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내 마음을 좀 알아달라고, 외치는 소리 없는 아우성 말이다. 위로받고 싶은 외로움이 글쓰기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고 짐작해 본다.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다. 글이 안 써지면 괴롭다. 꾸역꾸역 쓰려고 해도 쓸 수 없을 때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힘을 들이다 지치면 쓰고 싶은 욕구가 꺾이기도 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동기를 확실히 해야 한다. 동기는 목표 의식으로 이어진다. 동기와 목표가 분명해야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참여했던 많은 수업 중에서 ‘왜 글이 쓰고 싶은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물었던 작가님은 단 한 분이었다. 여덟 번째 글 선생님인 K작가님이시다. 첫 수업에서 왜 글이 쓰고 싶은지, 쓰고 싶은 글이 어떠한 것인지, 하는 질문을 작가님에게 받았을 때 ‘글쓰기 동기’를 묻는다는 걸 바로 알아들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글쓰기를 포기하고 나서 열병을 앓은 적이 있어서이다.
쓰는 걸 포기하고 싶은 여러 날을 마주한 건 글쓰기를 시작한 지 2년째 되는 해였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오기로 글을 써왔는데 어느 정도 쓴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다른 글쓰기 동기는 없었다. ‘글쓰기에 확실한 동기’가 없는 건 쓰는 삶을 지탱할 수 없게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찾아왔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때부터 나의 글쓰기 동기는 독자분들과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되었다. 나의 글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기에 계속해서 무언갈 쓸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주인이 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건 여전하지만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릴 뿐이다.
확실한 동기는 목표 의식을 갖게 하고 글쓰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왜 글을 쓰고 싶은가요?”하고 말이다. 이에 대한 답을 동기로 삼고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 상기하며 쓰는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