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찾아 나서기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독후감과 에세이를 SNS 올렸다.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요약정리 후 쓴 한 편의 독후감을 썼다. 그 독후감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 에세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글 한 편을 완성하는데 5~6시간이 걸리곤 했으니 간신히 완성한 한 편의 글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독후감은 인스타에 에세이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올렸다.
한때 블로그를 운영하며 육아용품과 소형 가전제품 체험단을 하고 어린이와 관련된 업체 홍보 글로 수입을 만들기도 했었다. 돈 천 원 때문에 돌쟁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4시간을 걸었던 날 이후 체험단을 시작했다.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아가를 돌보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하며 과감하게 블로그 운영을 중단했다. 그래서인지 블로그는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독후감과 글을 어디에 올릴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게 브런치였다. 티스토리라는 곳에도 올려보았지만 브런치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브런치는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기성 작가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일반인이 훨씬 더 많은 곳이어서 다른 누군가의 삶이 담긴 글을 읽는 것도 재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누군가 읽어줄 거라는 기대감으로 설렜다.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도 멋져 보였고 마음에 들었다. 다만 브런치 작가가 되려면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그래야 글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탈락이라는 고배를 3번 마신 후 4번째 심사에 통과했다.
처음으로 글을 올리던 날 누군가 눌러주었던 공감 표시 하나가 너무나 고마웠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빨리 다음 글을 올리고 싶게 했다. 두 편, 세 편, 네 편… 이렇게 글이 쌓여 갈수록 공감 표시도 늘어갔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도 생겼다.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과 소통하며 그 명수도 점점 늘어나 글을 올린 지 2년째 되던 날에는 브런치 계정을 구독해 주는 사람이 890여 명이었다. 그해 브런치를 통해 글을 잘 쓴다는 말을 종종 들었고 글쓰기 동기였던 ‘오기’와도 멀어져갔다.
나의 첫 글쓰기 동기는 ‘글을 잘 쓴다.’ 하는 말을 듣는 것이었다. 그 말을 반복해 들은 뒤에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때 글쓰기를 포기하기도 했었다. 브런치 계정을 두 번이나 삭제하고 다시 만든 것도 이 시기였다. 지금 계정이 세 번째이다. 브런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만든 이유는 중요한 걸 깨달아서였다. 그것은 나의 글에 공감을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과의 연대였다. 누군가 나의 독자가 되어주고 나 역시 누군가의 독자가 되었던 그 연결고리가 계속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어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북토그와 글쓰기 특강을 셀 수 없이 들어보았다. 코로나19 창궐로 ZOOM이 활성화되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많은 작가님이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독자’를 강조하셨다. 독자를 만들라는 말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체감하지 못했는데 브런치 계정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독자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세 분이 있다. 나의 가장 오래된 독자분들이다. 지금까지 나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분들이기도 하다. 세 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책이 언제 즈음 나오느냐고 단 한 번도 묻지 않으셨다. 그저 글이 올라오면 읽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인스타로 잘 읽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세 분께서는 매우 기뻐하시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그 것만으로도 출간 과정의 고됨이 싹 가셨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독자분이 조금 더 늘었다. 글이 올라오면 읽어주시고 공감을 눌러주는 것으로 응원해 주신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댓글이나 인스타로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글 잘 읽고 있어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이 되는 글이에요.”, “위로받고 갑니다.” 하는 사랑의 메시지이다.
단 한 분이라도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진정 크다. 힘들어도 글을 쓰고 책을 지어올리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도 다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셔서이다. 독자분과의 소통은 글쓰기의 가속페달과도 같다.
글 쓰는 동기가 약하거나 없다면 꼭 독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세상 어딘가에 아지트를 만들고 계속 글을 쏘아 올리자. 잘 쓴 글인지, 못 쓴 글인지, 하는 자기 검열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는 못썼다고 여길지 몰라도 읽는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느끼는 지점이 각기 다르기에 앞서 걱정하기보다 우선 올리고 보아야 한다.
처음엔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을 꾸준히 올린다면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무반응을 견디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견뎌냄의 시간이 길수록 훗날 독자가 되어줄 누군가와의 인연을 더욱 소중하게 이어갈 수 있다. 글을 쓰는 모든 시간은 헛됨없이 언젠가 무엇으로라도 되돌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