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과 훈련을 통해 근력 기르기

글쓰기 실력 쌓기

by 이수아

나의 하루는 육아와 살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독서와 글쓰기로 채워진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꼭 해야 해서 시간을 아낄 수 없고, 살림은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 어제는 글을 쓰다 보니 박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제야 밤새 글을 썼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장 집중이 잘 될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요즘은 남편과 아이가 잠든 깊은 밤에 글을 자주 쓴다. 시간이 나면 바로 글을 쓰는 편인데 그럴 수 있는 건 메모하는 습관 덕분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에도 글감이 될만한 소재를 발견하면 핸드폰 메모장에 간략하게라도 적어 놓으려고 한다. 몇 시간 후 이걸 왜 적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단어와 문장들도 많다. 그래도 그중 두어 개는 글감으로 건질 수 있다.


사람들이 작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글감’에 대해서이다. 글을 쓰고 싶은데 무얼 써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글감은 알고 보면 가까이에 있다. 나도 이걸 알기까지 오래 걸렸다. 글쓰기 수업에서 배웠어도 몸으로 익히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알고 있어도 연습이나 훈련을 통해 체득해야 비로소 나의 것이 되는 게 글쓰기이다.




언젠가 나는 ‘글감’을 찾기 위해 연습을 먼저 하고 ‘훈련’에 돌입했다. 연습한다고 생각하며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하루 중 있었던 일을 맥락에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써냈다. 처음엔 이것도 쉽지 않았다. 분명히 무언갈 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일상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메모한 걸 보며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와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지, 등을 상기해 글로 썼다. 글의 마지막에는 초등시절에 썼던 일기처럼 느낀 점으로 마무리 지었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되자 가속도가 붙었다. 쓰는 시간이 줄고 생각과 느낀 점도 이전보다 풍부해졌다. 그 뒤로 “이제부터는 연습이 아닌 훈련이다!”하고 마음을 먹었다. 여기서 연습과 훈련의 차이를 확실히 해 두었다. 그 차이는 ‘시간의 흐름’과 ‘맥락’이다. 글쓰기 훈련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글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맥락’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이틀 전 있었던 일 중에서 글감을 찾아보겠다. 그날은 태풍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글감은 ‘태풍’ 혹은 ‘비’가 될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가능하면 운전을 피하지만, 아이의 학원을 바래다주고 데려오느라 운전을 해야만 했다. 빗길은 마른날보다 미끄럽고 시야가 흐릿하다. 내 차보다 큰 차량이 옆으로 지나갈 때 물벼락을 맞기도 한다. 이런 날엔 천천히 차를 몰아야 해서 평소보다 5분 더 걸린다. 이걸 바탕으로 쓰면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 몇 줄로 간략히 썼지만, 운전하고 가는 풍경을 묘사하면 분량은 조금 더 늘어난다.


대개 에세이 한 편은 A4, 1장에서 1장 반을 잡고 작업한다. 나머지 분량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며 채울 수 있다. ‘마음이 급하다고 빨리 달렸더라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을지?’,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엔 평소보다 5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것이다. 설명이 뒷받침되면 좋을 단어나 문장이 들어간다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책을 찾아서 필요한 정보를 넣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상륙한 태풍과 이전에 왔다 간 태풍 정보를 찾아 글에 녹여내는 것이다. ‘비’에 얽힌 경험이 여러 가지라면 이걸 하나의 글에 묶어서 써도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글이 분산되지 않도록 경험과 경험을 엮어주는 중간 문장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경험이 많다면 글마다 시작하는 서문에 1, 2, 3... 등 숫자를 붙여 분리해도 된다. 나는 주제를 정해 쓰는 ‘주제 글쓰기’를 할 때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습과 훈련의 과정을 거치며 나는 한 편의 글에 담긴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쓰는 한 편의 에세이는 ‘경험+정보(선택사항)+사유’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추가해 에세이 쓰기 틀을 만들었다. 에세이 한 편을 쓸 때 ‘경험+사유+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필수로 넣고 필요할 때 ‘정보’를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게 글의 마지막 부분에 담으려 했으며, 글을 전반적으로 아울러 정리하는 문장으로 마무리 지으려 애썼다.

글쓰기 훈련을 지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손에 날개를 단 듯한 날을 맞이했다. 무계획이거나 구상을 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써도 ‘경험+사유+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편의 글에 담아낼 수 있는 날도 있다. (매번은 아니지만….) 이런 날엔 마치 통제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분이다.


사실 글쓰기에는 우리네 인생처럼 어떠한 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자유로이 쓰면 된다. 다만 일기가 되어버리면 안 되기에 나름의 틀을 정해 놓았을 뿐이다. 글쓰기 수업을 여러 작가님에게 받아보아도 저마다 가르치는 방식과 피드백이 달랐다. 그러니 어떠한 피드백이 온다 해도 지나치게 마음 쓸 필요는 없다. 그저 나만의 글쓰기 방식을 찾아 나가고 필요한 피드백을 취하면 된다.


에세이는 국어사전에 의하면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다. 꼭 글에 경험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작가라면 독자가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언갈 제공해야 한다고 여긴다. 재미, 감동, 교훈, 정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쓰기 수업에서 가르치는 분이 경험을 꼭 쓰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일상이 담긴 생활 에세이의 경우 경험이 들어간 글은 진술로만 쓰인 글보다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어서라고 여긴다. 경험이 들어가면 분량면에서 수월히 쓸 수 있기도 하다. 한 가지 일을 최소 3년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고, 5년 이상 지속하다 보면 그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온다고 믿는다.


독서에는 빨리 글을 읽어내는 속독이 있다. 경험상 글쓰기에는 어떠한 편법이나 지름길은 없다. 그러니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꾸준함이 답이다. 정해 놓은 분량을 써낼 수 있을 때까지 쓰고 지우길 반복하며 근력을 붙이고, 계획적으로 노력을 들인다면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쓸 때보다 빠르게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것이다. 지속하는 글쓰기를 통해 언젠가 손에 날개가 돋아난 듯한 기분을, 그 속에서 감각하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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