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
에세이스트와 소설 습작
글 쓰는 사람은 창작자이다. 픽션이나 논픽션 무엇을 쓰든 상관없이 글을 쓴다는 건 독창적인 결과물이다. 독창적인 작품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도 맞지만 기존에 있는 것을 새롭게 표현하는 걸 뜻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통 강사 김창옥 교수님은 책 《나를 살게 하는 것들》에서 ‘새것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롭게 하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창의성을 말했다. 새것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롭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 일상을 낯설게 보고 그 안에서 본질을 발견하는 것, 이미 익숙하고 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영원한 삶의 이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건 이미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무엇이라고 여긴다.
기존에 있는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면 한 가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바로 끊임없이 사유하는 것이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발휘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익혀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초등시절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야기를 짓고 엮어 나가는 능력을 지닌 친구였다. 물론 글도 잘 썼다. 마치 스토리텔러 같았다. 타고난 재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텔링은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 소설가와 에세이스트는 이야기를 짓고 엮어 나가는 훈련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소설가와 에세이스트는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사람에게 소설을 함께 습작하기를 권한다. 소설 쓰기는 여러 장면을 유기적으로 엮어 나가는 일이어서 소설가 중에 에세이를 쓰지 못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에세이스트 중에는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이야기를 짓고 엮어 나가는 일이 소설이 에세이보다 상위에 있어서인 듯하다. 아무래도 소설이 서사면에서 기니까.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사람에게 소설 습작을 권할 때면 종종 이러한 말을 듣곤 한다. “픽션에 관심이 없어요.”, “에세이만 잘 쓰면 되지 소설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어요. 소설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라는 말들이다. 이 말들 앞에 서면 소설 습작을 해야 한다고 거듭 말하지는 못했지만 에세이 쓰기 수업에서는 구구절절 여러번 강조했다. “소설 습작을 하면 스토리텔링을 잘하게 되고 에세이를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되어요.”하고 말이다.
이것 외에도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사람이 소설 습작을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에세이는 자신의 삶을 글로 옮기는 장르이다. 에세이스트로 데뷔하고 나서 책을 몇 권 출간하고 나면 밑천이 떨어지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주위에서 더는 글을 못 쓰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작가를 여럿 보았다.
경험이 몸에 쌓일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에세이를 쓸 수 있는 날이 온다. 그러나 그 견딤의 시간 동안 글을 못 쓰는 고통은 심신을 지치게 한다. 작가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때 소설은 그 공백을 메꿔 줄 수 있다. 실제로 에세이집으로는 빛을 못 보다가 소설로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도 있다. 그러니까 소설은 에세이집을 출간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작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줄이 되어준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어느 장르에서 독자의 사랑을 받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니 에세이스트가 꿈이라면 산문에 해당하는 장르는 무엇이든 습작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언젠가는 등단해야지만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와 소설 같은 문학 장르는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일정 부분 인정해 주는 분위기이다. 많은 출판사에서 소설과 시 투고를 받을 때 등단 자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기도 한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소설가나 시인이 되려면 운전면허증과도 같은 효용력이 있는 등단을 거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소설도 다양해서 판타지, 로맨스, 무협, 공포물을 쓴다면 등단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꼭 장르물이 아니더라도 등단하지 않고도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작가들도 있다. 독립출판으로도 얼마든지 소설집과 시집을 출간할 수 있다. 에세이집을 출간하고 데뷔하더라도 소설집도 내고 소설가라는 타이틀도 달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내가 소설 습작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