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리바이어던은 누구인가?

[Editor's Pick]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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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부촌입니다. 통유리로 덮인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합니다. 최고 71층인 해운대 아이파크도 그 중 하나.


29일 대법원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요약하면 “해운대 아이파크 사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햇빛 반사’에 따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앞서 해운대 아이파크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사는 소송인단 50명은 2009년 “해운대 아이파크 외벽에서 반사되는 햇살 때문에 피로감을 느낀다. 불능현휘(과다한 빛 때문에 사물 식별이 힘듦) 현상이 지속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려 12년 만에 초고층빌딩 통유리의 부작용이 인정된 셈입니다.

21764_1616402591.jpeg 해운대 마린시티 전경. 국제신문DB

초고층 빌딩은 햇빛 반사뿐 아니라 햇빛 장벽까지 만듭니다. 마린시티에서 약 2㎞ 떨어진 엘시티(최고 101층·411m)가 80층 높이까지 올라섰던 2017년. 해운대초등학교 아이들은 겨울철 체육시간이 너무 괴롭다고 했습니다. “오전 10시만 되면 엘시티가 만든 그늘이 해운대를 뒤덮어요. 낮에도 햇빛이 없어 체온이 떨어집니다.” 초등학교 건물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4시간 이상 일조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엘시티 인허가권자들은 그늘진 운동장에서 뛰어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건강권을 생각이나 했을까요?  


엘시티가 준공승인을 받은 2019년 12월 국제신문 취재팀이 그늘 크기를 측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늘은 오전에는 부산도시철도 해운대역과 중동역을 뒤덮더니 오후에는 동백중학교까지 1㎞가량 늘어졌습니다. 초고층은 재난도 부릅니다. 태풍 마이삭·하이선이 부산을 덮쳤을 때 엘시티와 마린시티의 풍속은 국립해양과학연구원의 해상 측정값(초속 23m)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태풍이 근접했던 때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근대 국가론의 효시 토마스 홉스는 절대권력(국가)을 성서에 나오는 괴물 ‘리바이어던’으로 묘사합니다. 부산의 리바이어던은 누구일까요. 오션뷰 독점은 물론 반사광에 그늘 민폐까지 끼치는 마천루일까요? 아니면 건설자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특혜 의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허가를 해준 지방정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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