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신고

by 연산동 이자까야

소방관들의 염원이던 국립소방병원(충북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이 내년 3월 착공합니다. 재난·재해와 싸우다 다치는 소방관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2020년 소방공무원 공상자는 3813명. 22명은 순직했습니다. 소방공무원의 정신 건강도 위험수위. 무려 25.8%가 수면장애를 겪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짜 신고’도 소방관을 괴롭힙니다. 화재 신고 두 건 중 한 건은 불이 나지 않은 경우. 무게 20㎏의 장비를 메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쓴웃음을 짓는 이유입니다.

21764_1630312458.jpg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국제신문DB

가짜 화재신고가 접수되는 원인은 십중팔구 자동화재속비설비 오작동. 소방관들이 ‘양치기 소년’으로 부르는 자동화재속보설비는 불이 나면 소방서에 자동으로 통보하는 장치. 그런데 화재감지기 오작동 때문에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신고가 접수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최근 3년(2018~2020년)간 부산 강서소방서가 수행한 화재 출동 1592건 중 오인 출동이 절반에 가까운 784건. 두 번 중 한 번은 허탕 친 셈. 무더운 7~8월에는 62%(301건 중 187건)에 달했습니다. 자동화재속보설비는 왜 오작동을 일으킬까요. 첫째는 습기(수증기)나 다량의 먼지·분진 때문. 둘째는 기계적 결함.


해결책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환기와 청소를 통해 분진·연기만 제거해도 소방력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노후 화재감지기를 인공지능형 최신 감지기로 교체하면 금상첨화. 박해영 부산 강서소방서장의 간곡한 부탁입니다. “최근 3년간 자동화재속보설비에 의한 화재 신고 가운데 실화로 이어진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작은 이익을 위해 돈을 아끼는 것은 결국 안전을 미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디 노후화된 화재감지기를 신형으로 교체해달라.” 소방관이 가짜 신고로 출동한 시간에 우리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 화재감지기 한 번 잘 닦는 것도 영웅들을 돕는 길입니다. 9월 1~3일부터 부산·경남에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린다고 하네요. 안전에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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