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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pr 06. 2021

두 사람 살린 '연대의 밧줄'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여고생이 자신보다 먼저 생을 마감하려던 60대를 살렸습니다. ‘인연 아닌 인연’ 덕에 서로의 목숨을 구하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지난 2일 오전 부산 자갈치시장. 60대 A 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때 누군가 “사람이 빠졌다”고 신고합니다. 신속하게 A 씨를 구조한 경찰이 현장을 수습하고 돌아가려던 순간. 벤치에 앉아 울고 있는 여고생 B 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묻습니다. “힘든 일이 있느냐. 어디가 아프냐.” “사실 저도 극단적 선택을 하러 왔어요.”  


A 씨가 바다로 뛰어내리자 신고한 사람이 바로 B 양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B 양은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합니다. 이날 자갈치시장을 찾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A 씨가 눈 앞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이자 ‘일단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목숨이 사라질 뻔한 날에 두 생명이 새 삶을 얻었습니다. 

삶이 살 만한 것은 불행보다 희망의 빛이 강해서입니다. 내가 괴로워도 남을 구하려는 B 양과 같은 이웃이 많기 때문입니다. 2017년 경남 양산에서 아파트 벽을 도색하던 40대가 입주민이 밧줄을 끊는 바람에 추락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민적 분노가 컸습니다. 양산시민 2200여 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성금과 격려메시지가 유족에게 쇄도했습니다. 끊긴 밧줄을 이어주는 ‘온정의 밧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연대의 밧줄이 필요한 때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살이 사회적 질병인 만큼 국가와 이웃의 관심으로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자살 원인을 분석해 ‘자살 예방 도우미(게이트키퍼)’ 100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의 ‘징후’는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가 가장 잘 포착합니다. 우리 모두가 게이트키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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