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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pr 12. 2021

'해치지 않아'
행복한 동물원

오는 24일은 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가 폐업한지 1년. 관람객 출입이 제한되면서 “호랑이나 사자가 밥은 잘 먹는지”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11일 국제신문이 취재했더니 많은 동물이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네요.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줄어든 덕분입니다.

삼정 더파크에서 생활하는 기린이 아기 얼룩말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공=삼정 더파크

현재 삼정더파크에는 141종 545마리가 동거 중. 2014년 개장할 때 1200마리보다 절반 이상 줄었지만 코끼리(1마리) 기린(2마리) 사자(8마리) 호랑이(6마리) 곰(5마리)은 여전히 이곳을 지킵니다. 어른 기린이 올해 1월 태어난 새끼 얼룩말과 놀아주거나 바위에 앉아 봄 햇살을 즐기는 사자 얼굴에선 평온이 느껴집니다. 주말이면 수천 명 앞에서 자태를 뽐내는 ‘노동’을 더는 할 필요가 없어진 탓이지요. 가끔 새 얼굴이 등장하면 반가워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고 하네요. 꼼짝도 하지 않고 허공만 응시해 동정을 자아내던 1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 


부산의 동물원 역사는 다사다난합니다. 국내 최초의 민간동물원인 금강동물원은 적자를 견디다 못해 2002년 35년의 역사를 마감합니다. 2014년이 되어서야 삼정기업과 부산시가 힘을 합쳐 어린이대공원에 삼정더파크 개장. 그런데 투자금 보증 문제와 비싼 입장료에 적자까지 겹치면서 6년 만에 폐장합니다. 영화 ‘해치지 않아’와 스토리가 닮지 않았나요? 부산시는 민관협의체를 꾸려 해법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삼정더파크가 문 열때는 “제2도시에 동물원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면 요즘은 “동물복지를 생각할 때”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경남 진주시 진양호동물원에선 지난해 인간의 자폐증과 유사한 ‘정형행동’을 보인 동물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허공에 부리를 반복적으로 쪼아대는 타조나 앞발을 집요하게 핥는 불곰까지. 전문가들은 “동물원 존재 목적이 전시·오락 기능에서 멸종 위기종 보존과 연구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 동물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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