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표기업인 한진중공업. 1937년 탄생한 국내 1호 조선소답게 ‘최초’ 수식어가 많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국내 첫 철강 화물선(390t급)부터 대형수출선(3만t급·1974년)·해저 광케이블선(세계로호·1998년)·쇄빙선(아라온호·2006년)· LNG벙커링선 건조가 모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쌓아 올린 1호 유산.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습니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 때 대한조선공사(옛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유신철폐 촉구 시위. 2010년에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 이때 5차례의 ‘희망버스’가 영도조선소에 집결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2016년에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이 개봉하기도 했죠.
적자에 허덕이던 한진중공업은 2016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다가 올해 9월 동부건설 컨소시엄에 인수됩니다. 경영위기 원인 중 하나는 2007년 필리핀 진출(수빅조선소). 선박 대형화 추세에 맞춰 100만 평 정도의 새 조선소 터를 물색하다 여의치 않자 수빅만에 제2조선소를 세울 즈음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와 조선업 불황이 겹치면서 매출이 급락. 부산 경제의 파수꾼 역할도 크게 위축됩니다.
한진중공업이 22일 사명을 HJ중공업으로 변경했습니다. 80년 넘은 역사를 도약대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대표적인 세계 장수기업 중 하나가 독일 파버카스텔. 빈센트 반 고흐가 “이상적이라 할만큼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고 극찬했던 그 연필을 만드는 곳입니다. 연필심을 경도에 따라 B부터 H까지 18단계로 세분화해 지금도 “연필 디자인의 표준을 완성했다”는 찬사를 받습니다. 1761년 창립했으니 역사가 무려 260년. 부산의 성창기업(1916년)과 마산의 몽고식품(1905년)도 100년 기업. HJ중공업이 조선 부흥기 바람을 타고 부산 경제와 일자리의 버팀목으로 재도약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