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년 7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정장을 차려 입은 귀족들이 살롱으로 들어섭니다. 나폴레옹이 일으킨 유럽 전쟁을 얘기하느라 실내는 왁자지껄. 그들은 아직 모릅니다. 연회장 저 멀리 나폴레옹이 전차를 거칠게 몰고 러시아까지 달려오고 있다는 걸.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나폴레옹 침략에 맞선 러시아 1812년 전쟁이 소재. 서부국 서평가는 “15부 361장에 등장하는 인물인물 559명이 저마다의 처지에서 겪은 전쟁을 마트료시카 목각 인형처럼 하나씩 끄집어낸다”고 소개하더군요.
톨스토이에게 나폴레옹은 말 타고 전장을 돌아보며 폐허와 시신 보기를 즐긴 오만한 미치광이. 뻔뻔하게 남의 영토를 침공한 것도 모자라 핵으로 위협까지 하는 누구와 닮지 않았나요? 리더의 광기는 민중을 고통에 빠뜨리는 법. 톨스토이는 1권 2부에서 살육의 현장에 내던져진 병사의 번뇌를 묘사합니다. ‘첫 발의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두 번째 연기가 일고 이어서 포성이 들렸다…시작됐다! 드디어 왔다! 두렵고 즐겁다! 병사나 장교나 모두의 얼굴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그는 잠시 의식을 잃었으나, 이 짧은 망각의 순간에 꿈속에서 무수한 환영을 보았다. 어머니와 그 크고 하얀 손.’ 우크라이나인들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에 느꼈을 공포는 짐작키 어렵습니다.
기세등등했던 나폴레옹은 모스크바 진입을 앞두고 치른 보로디노 전투에서 덜미를 잡힙니다. 모든 걸 잃고 폭한에 떨며 후퇴했다가 권좌에서 쫓겨납니다. 침략자의 말로는 늘 비극이었음을 역사는 증명합니다. 인류도 교훈을 얻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피폭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시장이 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항의문을 보냈습니다. 원자폭탄 투하로 무려 21만4000명이 숨진 비극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하네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히로시마 출신 총리입니다.
평화와 전쟁은 천칭 저울 양편 접시 위에 올려진 두 힘입니다. 인류는 평화에 힘이 실릴 때 진보했습니다. 푸틴은 러시아인이 자랑스러워하는 톨스토이의 ‘박애’를 잊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