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을 벗어나지 말라.” 전남 강진에서 유배 살던 다산 정약용이 자식에게 보낸 글입니다. 현재는 서울 강남이나 부산 해운대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된지 오래. 고급 주택가의 대명사인 마린·센텀시티는 물론 101층 마천루 엘시티도 해운대 앞바다를 앞마당처럼 ‘소유’ 합니다.
국토교통부가 23일 엘시티 전용 244㎡의 공시가격을 75억8200만 원으로 집계(1월 1일 기준)했습니다. 실거래가는 더 높은 만큼 100억 원은 손에 쥐어야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엘시티는 부동산 불패 신화의 증거입니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수많은 특혜 의혹이 불거져도 집값은 치솟기만 합니다. 공직자들이 엘시티 시행사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 돼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지금은 ‘주소가 곧 신분’임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박형준 부산시장이 엘시티 입주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엘시티의 원래 이름 기억하십니까? 4계절 체류형 관광리조트였습니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인 엘시티PFV에 특혜를 준 이유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였습니다. 부산시는 16년 전 옛 극동호텔과 국방부 소유 토지를 ‘해운대관광리조트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합니다. 또 ‘공공 개발’을 명분으로 민간 주택과 토지를 수용합니다. 엘시티 사업자는 2009년 7월 엘시티 토지용도를 공동주택이 가능한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하라는 요구까지 합니다. 부산시는 2009년 특혜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바램을 수용합니다.
그렇다면 엘시티는 관광수요를 얼마나 창출하고 있을까요. ‘뭐라노’ 취재진이 3개월 전 확인했을 때 엘시티 연면적에서 주거 비율은 43.9%에 달했습니다. 워터파크를 포함한 관광 콘셉트시설 비중은 9.1%에 불과. 그나마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부분 개장을 못한 상태. 관광객 체류용으로 허가한 레지던스 561실 중 70%가 넘는 400실은 숙박이 아니라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더군요. 거대한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해서였는지’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