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출생통보제'로 정했어요. "출생을 통보한다고? 누가?"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막 태어난 아기가 "내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라고 통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출생통보제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출생 신고는 부모가 할 때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부모에게 출생 신고의 의무가 맡겨져 있기 때문이죠. 출생 신고는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어떤 부모는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기도 합니다. 현행법상 출생 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신고하지 않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도 5만 원에 불과해 사실상 강제력이 떨어지죠.
정부는 출생 미등록 아동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2019, 2020년 아동 양육시설의 출생신고 실태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신고되지 않은 채 보호된 아동이 14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죠.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자라난 아이들은 공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아동 학대 피해자가 되는 때도 많습니다. 출생 미등록 아동학대 사건은 2018년 5건, 2019년 89건, 2020년 74건, 2021년 74건 등으로 매년 수십 건을 웃돌고 있죠.
이에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출생통보제'입니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제도입니다. 출생 사실을 통보받은 지자체는 아이의 출생 신고가 됐는지 확인하고, 신고가 되지 않은 때에는 부모에게 출생 신고를 할 것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지자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할 수 있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등록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거나 실무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뿐이죠.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99.9%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납니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이만 제대로 출생신고를 진행해도 신고 누락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무부도 지난해 3월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죠. 하지만 출생통보제는 현재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도 반대하고 나섰죠. 의료계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의료기관에서 행정적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생 신고는 단순히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국가에 신고하는 행정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하고, 국가의 보호체계 안에 들어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죠.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에서는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만큼 출생신고는 아동 권리 보장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노는 세상의 모든 아이가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고, 국가의 보살핌 아래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