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발언으로 촉발된 수능시험 난이도 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능을 주관하는 이규민 평가원장이 19일 6월 모의평가 출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현 정부의 '공정 수능'을 시행하는 첫 시험대인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정책 기조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아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앞선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부총리에게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수능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그 외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수능을 쉽게 출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라는 논란이 벌어지자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한 것이지, 수능 난이도를 얘기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으로 수능 난이도 문제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하면서 사교육 의존이 심화됐는데,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이를 개혁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은 사교육과 교육부 내의 이권 카르텔 때문이라는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의 이런 지적은 일견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소위 '킬러 문항'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왔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가 학교 교육 외에 사교육을 받도록 부추겼습니다. 특히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킬러 문항 한 문제에 당락이 결정되므로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수능을 불과 150일 앞둔 시점에서 나와 수험생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수험생과 입시업계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쉬운 수능'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자기 처지에서 유불리를 따지면서 대입 전략을 수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쉬운 수능이 되면 상위권은 변별력이 떨어지므로 자칫 한 문제라도 실수를 했다간 원하는 대학 학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동안 수시모집에서 수능 등급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입시생이 많았는데 쉬워지면 수시 실제 경쟁률이 상승하게 돼 면접이나 논술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동안 재수·삼수를 생각하지 않았던 대학생들도 반수에 나서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능은 어려워도 문제고 쉬워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환상의 난이도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래도 매년 실패했다고 난리입니다. 대통령이 '쉬운 수능'이라는 지침을 준 이상 그동안의 기조에서 벗어나 다소 엉뚱하게 문제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교육 문제를 수능 시험 하나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단견입니다. 대통령이 큰 그림을 제시해야지, 입시의 일부분인 수능만을 콕 집어서, 그것도 난이도 부분을 지적한 것은 대통령다운 발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해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비판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사석에서 할 소리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다고 지적합니다. 다시 한 번 논어에 나오는 말을 떠올립니다. 군자는 말을 할 때 신중하게 하고, 행동할 때는 민첩하게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