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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28. 2021

'웃음 가면'을 쓴 이웃

부산 동구보건소의 간호직 공무원 A 씨가 지난 23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A 씨는 업무 스트레스에 괴로워했습니다. 동료들에게 “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된 병원을 다녀왔다. 부담이 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습니다. 상사에게도 “죄송하다. (코호트 격리 업무로) 머리는 멈추고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고 호소합니다. A 씨는 피로가 누적되자 포털사이트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단어를 검색합니다. 상처받은 마음의 징후를 발산한 것입니다.

제공=픽사베이

호주의 심장전문의 니키 스탬프는 신간 ‘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은 심장을 부순다고 합니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다’ ‘심장에 구멍이 난 것 같다’는 노랫말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신적 타격으로 ‘부서진 심장’을 일컫는 의학 용어를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 또는 타코츠보 심근증으로 부릅니다. 상심 증후군은 심장마비와 비슷합니다. 어떤 감정 때문에 다량의 호르몬이 방출돼 관상동맥이 심하게 경련·수축하면서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어 발병한다고 하네요.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인자는 인간관계나 업무뿐 아니라 불평등까지 다양합니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지난해 4분기 2000명(20∼64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58.1%가 최근 1년간 재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경험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에서 “오늘날처럼 불평등 규모가 컸던 적이 없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실패했다”고 일갈합니다. 통계청의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생 25.2%는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요즘은 우울증을 감추기 위해 웃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 ‘미소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죠. 혹시 우리 주변에 심장이 찢어지는 신호를 보내거나 웃음 가면을 쓴 이웃이 없는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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