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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범인데
또 동물 입양했습니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어렸을 때 새끼 고양이를 잠깐 임시보호 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 고양이를 입양하신 분이 사진을 보내주신 걸 받아봤더니 털도 복슬복슬해지고 통통해져서 작고 말랐던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어요. 오랫동안 같이 지내진 않았지만 내 손을 거친 고양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사진으로나마 잘 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좋았죠. 동물을 임시보호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일 거예요. 좋은 곳에 입양 가서 맛있는 밥을 먹고,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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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분양받아 학대하고 죽인 동물학대범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경기 파주에 사는 20대 남성 A 씨는 입양 플랫폼을 통해 반려동물을 여러 차례 분양받았습니다. 그는 새로운 동물을 입양하는 간격이 짧으면 수일에서 길면 한 달로, 비정상적으로 짧고 잦게 동물을 데려갔습니다. 동물을 데리고 간 뒤에는 잃어버렸다고 하거나, 입양 보낸 사람들과 연락을 아예 끊어버렸죠.


A 씨에게 입양된 강아지 '소망이'도 입양 하루 만에 죽었습니다. 그는 입양 당일 소망이를 입양 보냈던 임시보호자에게 "소망이 목에 사료가 걸렸다"고 하더니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습니다. 임시보호자가 법적인 조치를 한다고 말하자 연락이 닿은 A 씨는 "솔직하게 얘기하겠다. (목을) 조르듯이 했다. 자꾸 물길래 30~40초 동안 계속 졸랐다"며 소망이의 목을 압박해 죽였다고 실토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제보된 A 씨의 동물 유기·살해·학대 정황만 고양이 4마리, 강아지 5마리입니다. 유기된 고양이 1마리는 구조에 성공했지만, 소망이는 죽었습니다. 나머지 7마리의 동물은 생사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피해 동물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해 학대하고 죽이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울산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뒤, 고양이 24마리를 분양받아 모두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22년 강원 춘천에서 입양된 개가 12시간 만에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의 범인은 반복적으로 개를 입양하고 죽인 것으로 밝혀졌죠. 2021년 전북 군산에서는 입양된 푸들 품종 강아지 21마리가 죽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동물학대범의 동물 입양을 막거나,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의 동물학대 범죄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제도는 전무합니다. "법률 상 동물은 사유 재산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학대를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유권이나 소유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2022년 당시 동물보호법을 전면 개정했을 때도 동물학대범의 동물 사육 금지 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해당 내용만 빠지고 통과됐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대표는 동물학대범의 동물 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학대는 재범률이 매우 높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시설도 열악하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입양자가 동물을 키우기에 적절한 사람인지, 입양 보낸 동물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사는지 등을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동물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입니다. 소위 말하는 펫샵에서 동물을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버려서 유기동물이 많아지는 거죠. 유기동물이 많아지니 구조해서 입양처를 마련해주는 건수도 늘고, 그러다 보면 동물을 반복적으로 입양해 학대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윤성모 활동가는 유기동물 문제는 번식장·경매장·펫샵 등 잘못된 동물 생산업과 판매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었습니다. 반려견의 생명 존중·보호와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됐습니다. 세상의 모든 반려동물이 안전한 가정에 입양돼 생명으로써 존중받으며 적절한 보호를 받고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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