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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난도 마라톤 완주한 두 아이 엄마가 전하는 울림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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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리는 '바클리 마라톤'은 42.195㎞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중에도 극한의 코스로 꼽힙니다. 32㎞가 조금 넘는 코스를 다섯 바퀴를 돌아 60시간 안에 어떤 도움도 없이 기억에만 의존해 달려야 합니다. 나침반 등 길 안내를 도와줄 어떠한 장비도 없어 길을 잃는 경우도 잦습니다. 길도 해마다 바뀌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숲을 헤쳐야 합니다.


현재 코스가 사용되기 시작한 1989년부터 지금까지 이 대회 완주자는 단 20명.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완주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입니다.


대회에는 매년 35명만 참가할 수 있는데, 참가 자격이 특이합니다. 참가 희망자는 1.60달러(약 2100 원)의 참가비와 함께 '내가 바클리에서 달리기를 해야 하는 이유'라는 에세이를 작성해 합격해야 합니다.


완주를 증명하는 방법도 독특합니다. 경기 참가자들은 코스 중간에 있는 9권에서 14권 사이의 책을 찾고, 각 책에서 자신의 레이스 번호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제거한 후 이를 레이스 창시인 캔트렐에게 전해주는 형태로 완주를 인증 받습니다.


이 대회는 마틴 루서 킹 암살범인 제임스 얼 레이의 1977년 탈옥 사건이 계기가 돼 만들어졌습니다. 얼 레이는 탈옥 뒤 체포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수색을 피해 이틀 동안 8마일(약 13㎞)을 이동했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육상선수 게리 캔트렐은 "나는 100마일(160.934㎞)도 갈 수 있다"며 바클리 마라톤 대회를 만들었습니다.

1986년에 시작됐으며 1989년부터 현재의 코스가 확정됐습니다. 대회 이름인 '바클리'는 캔트렐의 지인에게서 따왔다고 합니다.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올해 대회에는 완주자가 5명이나 나왔습니다. 우승은 58시간44분59초로 주파한 우크라이나의 이호르 베리스가 차지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존 켈리(59시간15분38초)와 재러드 캠벨(59시간30분32초), 뉴질랜드의 그레이그 해밀턴(59시간38분42초)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주목 받은 사람은 5등이자 대회 최초 여성 완주자 재스민 패리스입니다. 제한 시간인 60시간을 불과 99초 남긴 59시간58분21초에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마지막 몇 분은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그 모든 노력 끝에 오르막에서 스프린트가 시작되자 온몸이 멈추라고 소리쳤습니다. 결승선에 닿았을 때는 내가 해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저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다음 숨을 헐떡이며 쓰러졌습니다." 그녀는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매우 힘들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그것이 뛰고 싶게 만드는 이유"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패리스는 전문 마라토너가 아닌 수의사, 연구과학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라고 합니다. 그녀의 완주는 여성이 세계 최고난도 마라톤을 평정했다는 것을 넘어서는 감동을 줍니다. 모두가 불가능한 꿈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 꿈을 간직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성취는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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