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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기도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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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5시 5분. 울산 중부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접수됩니다. 특전사 출신의 노명래(29) 소방사는 망설임 없이 동료 4명과 함께 불길을 뚫고 인명 구조에 나섭니다. “불이 난 3층 미용실에서 가끔 사람들이 숙식을 했다”는 이웃들의 말에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좁은 계단을 오르자 갑자기 노란 불길이 검붉은 화염으로 바뀝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의 순간. 노 소방사는 3층 유리창을 깨고 1층 매트 위로 뛰어내립니다. 동료들이 보호장구를 벗기자 그의 살갗은 벌겋게 익는 상태.

21764_1625057628.JPG 30일 울산영락원에 마련된 중부소방서 소속 노명래(29) 소방사 빈소. 연합뉴스 제공

부산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된 노 소방사는 30일 끝내 숨졌습니다. 막내의 사망에 동료들은 망연자실. 노 소방사의 특전사 동기이자 소방서 동료인 김태민 소방사는 “항상 밝게 웃고 선배·동료들에게 살갑게 다가오던 친구였는데…. 숨졌다는 비보를 믿을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노 소방사는 지난해 1월 임용됐습니다. 올해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혼인신고를 먼저 한 예비 신랑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소방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삽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쿠팡 물류센터 화제로 김동식 구조대장이 우리 곁을 떠났죠. 순직 소방관 수는 한 해 5명이 넘습니다. 다친 사람도 매년 400여 명.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 /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중략)/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주소서….’ 1958년 미국의 한 소방관이 쓴 것으로 알려진 ‘소방관의 기도’란 제목의 글입니다.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에도 놓여져 있던 글귀입니다. 신이여, 부디 노 소방사의 가족을 돌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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