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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Jul 01. 2021

소방관의 기도

29일 오전 5시 5분. 울산 중부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접수됩니다. 특전사 출신의 노명래(29) 소방사는 망설임 없이 동료 4명과 함께 불길을 뚫고 인명 구조에 나섭니다. “불이 난 3층 미용실에서 가끔 사람들이 숙식을 했다”는 이웃들의 말에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좁은 계단을 오르자 갑자기 노란 불길이 검붉은 화염으로 바뀝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의 순간. 노 소방사는 3층 유리창을 깨고 1층 매트 위로 뛰어내립니다. 동료들이 보호장구를 벗기자 그의 살갗은 벌겋게 익는 상태.

30일 울산영락원에 마련된 중부소방서 소속 노명래(29) 소방사 빈소. 연합뉴스 제공

부산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된 노 소방사는 30일 끝내 숨졌습니다. 막내의 사망에 동료들은 망연자실. 노 소방사의 특전사 동기이자 소방서 동료인 김태민 소방사는 “항상 밝게 웃고 선배·동료들에게 살갑게 다가오던 친구였는데…. 숨졌다는 비보를 믿을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노 소방사는 지난해 1월 임용됐습니다. 올해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혼인신고를 먼저 한 예비 신랑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소방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삽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쿠팡 물류센터 화제로 김동식 구조대장이 우리 곁을 떠났죠. 순직 소방관 수는 한 해 5명이 넘습니다. 다친 사람도 매년 400여 명.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 /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중략)/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주소서….’ 1958년 미국의 한 소방관이 쓴 것으로 알려진 ‘소방관의 기도’란 제목의 글입니다.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에도 놓여져 있던 글귀입니다. 신이여, 부디 노 소방사의 가족을 돌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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