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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힘,
지역 사립대 살릴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전 세계 언어는 몇 개일까요.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나하나 헤아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유엔(UN) 195개 회원국에서 7097개 언어가 사용된다는 통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해 보이진 않습니다. 아무튼 지구상에 셀 수 없이 많은 언어가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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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 가운데 사용자가 가장 많은 건 중국어, 그다음은 스페인어. 사람이 아닌 나라 수로 계산하면 영어, 아랍어가 1, 2위라고 하네요. 10명 미만이 쓰는 언어도 140개가 넘고, 전체의 80% 정도는 10만 명 이하만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언어는 나라와 국민의 '정신'입니다.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일제강점기, 극악무도한 저들이 한글 말살 정책을 강행한 것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 끝까지 투쟁한 지식인이 없었더라면, 지금 대한민국 정체성은 상당히 훼손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소수 민족 언어라 해도 그 가치는 엄청난 겁니다.


더 나아가, 이제 언어는 곧 '경쟁력'입니다. 비단 영어뿐 아닙니다. 때때로 생경한,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소수 언어가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언어는 먼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방인과 막힘없이 소통하는 도구가 됩니다. 말이 통하고, 생각을 공유하면 무슨 일이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계가 없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가 2027년까지 언어 전공을 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3일 밝혔습니다. 기존 17개에 더해 올해 2학기 히브리어를 시작으로 33개 언어 전공을 단계별로 도입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45개 언어를 교육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보다 전공 수가 많아집니다. 부산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셈입니다. 부산외대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특수외국어교육원 설립도 추진합니다.


부산외대가 이런 계획을 세운 건 존폐 위기 지역 사립대의 미래 활로를 뚫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국내 대학이 취업 중심 정책을 펴면서 인문·언어 관련 학과를 계속 줄이고 있죠. 전국 4년제 대학의 어학 관련 학과 수는 2018년 920개에서 2023년 750개로 급감했는데요. 부산외대는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 포지셔닝'으로 특수 언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쉽지는 않겠죠. 그래도 잘 준비해서 성과 얻기를. 지역 사립대가 활력을 되찾고, 부산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중심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언어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관심을 두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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