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십 년 전에는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길을 모르는 곳을 갈 때면 지도를 보고 갔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여 내비게이션이 나온 이후로는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운전을 하여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가끔 이 내비게이션이 가장 좋은 길이 아닌 이상한 길로 안내해도 대개 그냥 따라가게 된다. 왜냐하면 딱히 아는 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의 목적지는 모두 확실하게 안다. 그것은 죽음이다. 이는 시간적 목적지를 말하지만 경유해야 될 정거장은 삶의 방향에 따라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경유해야 될 삶의 정거장들이 어디이고 무엇인지 모르고 운전대를 잡은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그랬다. 정확한 삶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운전대를 잡았었다. 그러니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고 달리기만 했다. 앞으로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때도 있었고, 장애물로 막혀서 생각하지도 않은 길로 돌아서 가야만 하기도 했다. 그 길은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이 전혀 아니었다. 이럴 때면 밤잠을 설치면서 그 가지 못한 길에 대하여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은 다만 "이 길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의구심이 들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추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그 길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개에 가려진 희미한 길이 보이기는 한다. 그 희미하게 보이는 길은 그동안 내가 왔던 그런 길하고는 확연히 다르지만 그 길로 들어서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서인지 어둠이 빛을 가려서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없이 운전대를 잡고 달려왔는데 달릴 때는 잘 모르고 지나왔지만, 지나고 뒤를 돌아다보니 나에게 가장 좋은 길로 왔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향한 내비게이션은 없었지만 그 누군가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좋은 길로 인도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이제 그동안 오던 길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으므로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지금까지의 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가야 될 길을 안내해 주는 그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가끔 지난날에 이 길이라고 확신을 갖고 달려온 길이 먼 후일 뒤돌아보니 그 길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와버려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져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는 불과 1년만 뒤돌아보고 자문해 보면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의 변경 없이 앞으로의 일 년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이대로 이렇게 삶의 종착역으로 가도 괜찮은가?"이다.
우리는 가끔 이제는 다른 길을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체념하기도 하는데, 이미 늦어서 못 가는 길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시간의 목적지를 알고 있으므로 그 시간 안에만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얼마나 걸어 들어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가면 갈수록 나중에 먼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길에서 그동안 그래 왔듯이, 나의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이 이 희미한 새로운 길을 올바른 길로 안내해 주시리라 확신을 갖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