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10개 정도가 팔리기 시작하는 기세는 3개월 정도 계속되었다. 마치 남의 집에 맡겨둔 반려견 쳐다보듯 하던 동생이었다.
" 나 집에 가서 자고 올게."
여왕의 오후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동생이 눈도 안 마주치고 매장 밖을 나선다. 첫 휴일이었다. 오픈하고 맞은 휴무일이었다. 일요일은 푹 쉬고, 월요일은 작업 준비를 하기로 했다. 마들렌이나 휘낭시에는 밑 작업을 해두면 주중에 훨씬 수월하다. 구움 과자는 성형이 까다롭고, 들어가는 재료들이 다양하기에 가게문을 닫고 하루 온종일 제품에 집중하기로 계획 세워둔 바였다.
일주일에 세 번인 화목토를 출근하는 것은 내 체력에 감당이 가능할 것 같아 3일만 나오겠노라 동생에게 말해뒀지만, 오픈 3일 차이니 혼자서 종일 작업하기 싫고 낯설을 것 같아 출근한 길이였다. 텅 빈 여왕의 오후에 앉아 있으려니 기가 막혔다. 이렇게 책임감 없는 녀석이란 어떻게 계속하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견딜 수가 없어 퇴근해버렸다.
매장이 생기는 것이 우리의 목표점은 아니다. 삶처럼 말이다. 태어나는 것 또는 죽는 것이 우리의 삶은 아니다. 시작에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의 과정 자체로 삶인 것을 마흔이 넘어서야 깨닫는다. 나와 동생이 생명을 불어넣은 여왕의 오후라는 공간의 운명 또한 과정이다. 오늘부로 이십일이 된 여왕의 오후에게는 피, 땀, 그리고 눈물이 있을 예정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성공 스토리에는 기승전결이 있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마케팅 팀장 호박씨와 사장인 파티시에가 마주 앉아 휴가 끝이라 업무가 많아서 정오 손님이 적나 보다 하며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는 자꾸 일 벌이지 말라며 서로 구박하고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게 여왕의 오후라는 공간이 겪고 있는 삶이다.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현대 백화점 판교에 입점해 있건, 샹젤리제에 입점해 있건, 광교 뒷골목에 자리 잡았든, 어느 디저트 카페든 사연이 있다. 사연들은 에너지로 디저트에 담겨 팔려나간다. 시간이 이기나 호박씨가 이기나 버텨볼 생각이다. 느긋이 즐겨볼 예정이다. 단, 스트레스받는다고 매장 디저트를 먹는 것은 적당히 하면서 말이다. 마흔 넘어서 다이어트는 건강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