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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더 힘든 날도 올 텐데.

by 호박씨

살다보믄 더 힘든 날도 분명 올 텐데, 분명 그러할 텐데도 오늘이 제일 힘든 날인 것만 같다. 공황발작이 있던 날, 버스 장류장 앞에 앉아 길로 뛰어들겠다고 생각하던 날보다 더 힘든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하루는 여러 날들을 거쳐 아주 조금씩 굉장히 느리게 차곡차곡 시간의 겹을 따라서 나아져 오늘의 내가 스크린 앞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아들에게도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나에게도 빛나는 날이 오겠거니, 어느 날 눈 떠보니 한 없이 행복해서 행복한 줄도 모르는 날이 오겠거니 생각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오늘이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아이가 던진 휴대폰에 거실 창은 박살이 났다. 다른 방문을 세게 여닫으면 박살 난 창에서 유리가루가 떨어지고, 덩어리가 꽤 큰 갈날만한 유리도 떨어진다. 그 유리가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건 지금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서라는 걸 잘 안다. 아주 날카로운 것들을 보면 마음이 당기는 지금의 내 상태는 이 모든 게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영원할 거라고, 포기 그게 하고 싶은 게다.

산산조각 난 마음에 아이는 다시 휴대폰을 던졌다. 하나 더 생긴 구멍에 눈물도 나지 않는다. 이미 박살 난 마음. 더는 무너질 것도, 더 잃을 것이 없다는 걸 아이의 두 번째 던짐을 통해 알았다.

아이도 운다. 남편 앞에서 울던 아이가 PC 방을 향하고, 휴대폰을 바라보고 영상에 빠져들어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힘들어."

"다 힘들지. 나도 힘들어."

엄마가 저 낭떠러지 밑으로 떠민다. 내겐 엄마가 없지만, 아이에겐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걸 친정 엄마는 똑똑히 알려준다. 내겐 기댈 부모가 없지만, 아이에겐 기댈 부모가 되어줘야 한다는 걸, 날카로운 유리에서 눈을 띠지 못하고 끝을 자꾸만 떠올리는 이런 나약함을 누릴 시간이 없다는 걸 엄마는 깨우쳐준다. 떨치고 일어나야 아이가 설 수 있는데, 서면 어지럽고 누우면 잠이 오질 않는다.

아이는 내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이가 이 지경까지 된 건 모두 나 때문이다 싶어 자신이 없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17년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아이에게 엄마가 되어주지 못한 시간들이 여기 펼쳐져 있다. 돌아보니 후회뿐이다. 왜 더 하지 못했는지, 왜 교만하게 굴었는지, 부모 됨을 만만하게 보고 섣불리 도전하고 쉽고 보드라운 길만 골라서 가려했던 내가 아이에게 새겨져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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