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보려고, 구독자가 58만 인 유튜버 Jador의 영상을 역주행하고 있다. 아망드 쇼콜라가 나온다. 아몬드 초콜릿. 재벌집 생파에 갔다 돌아온 딸아이 손에 들려 보내진 goody bag , 답례품이 바로 아몬드 초콜릿.
미국계 국제학교 초등 저학년인 아이의 생일파티 goody bag은 대략 이렇게 준비했었다.
- 작은 선물용 종이백 / 독일은 공산품이 비싸려면 한이 없는데 개당 3유로, 5천 원 정도 하기도 한다. 싸게는 1유, 1500원 정도 하는 것들도 있었다. 싼 것을 구하려면 1 유로 샵, 독일표 다이소 같은 데서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 하리보 스타믹스 3개 정도 뜯어서 백마다 각 종류 별로 5개씩 정도 넣기
- 츄파춥스 막대사탕 대용량 한 팩 뜯어서 2개씩 넣기
- 학년이 어리면 pez 캔디 디스펜서 한 개에, 리필도 한 세 개씩 넣는다. 캐릭터 머리가 붙은 pez는 꼬마들이 깜박 죽는 아이템이다.
- 풍선이나 통통 볼 각 1개씩
애들 좋아하는, 손에 잡히는 사이즈의 것들을 핑거 푸드처럼 다양하게 넣어서 구디백 받는 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했었다.
Opel은 대우차 같은 느낌이다. 과거 독일차 최초의 풀 생산라인을 갖췄지만 미국에 팔리고 그 후엔 심지어 독일의 숙적 프랑스 푸조에게 인수되고 말이다. 오펠은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Hessen 주 기반의 기업이다. 오펠 본사는 Russelsheim에서 시작되었고, 오펠 공영 수영장 Opelbad은 Wiesbaden에 있고, 오펠 zoo는 Konigstein에 있으며, 오펠 패밀리는 Frankfurt 국제학교를 다닌다.
같은 반이 된 아다메 오펠은 딱히 친구가 많진 않았고, 바쁜 아이였다. 국제학교 부속 유치원을 만 3세에 다닐 수 있는 첫 학년, fist step부터 거쳐 딸아이와 같이 반이 된 elementaray 2학년이 되었다. 아다메의 형제와 친척도 다 이 국제학교를 거쳐가 졸업을 했다. 학교에서 아마메의 부모를 볼 수는 없었으며, 히잡을 쓴 보모 nanny가 아다메와 오빠, 동생을 한 번에 픽업해 갔다.
유치원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아다메와 같은 반이 된 다른 한국 엄마는 오펠 집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며 아침부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그 집 부엌에 오븐이 5개더라고요."
궁금하다. 그 집 부엌은 어찌 보신 건지요?
국제 학교 유치원은 보통 생일 파티를 한다면 그 반 친구들을 다 초대하는 편이다. 한 반에 15명 남짓이니까 크게 무리도 아니고, 일찍이 단짝 만드는 취향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면 사실 두루두루 친하긴 하니 말이다.
같은 반 애들 전부 초대돼서 간 걸 텐데 이 분, 자랑이 늘어지셨다.
오펠 zoo 통째 파티 장소였다는 둥, 집안에 컬렉션이 장난 아니라는 둥.
궁금하다. 파티 장소에 아이만 내려주고 후에 데리러만 가셨을 텐데, 집 구경 다 하고 오신 분 같다. 자신의 아이만이 또는 자신만이 초대받았다고 생각하시고 싶은 것이라 짐작해보자.
어쨌든, 아다메는 아이다. 국제학교 2학년이 되면 버스를 타고 거리가 먼 장소로 field trip을 나가기 시작한다. 부모 volunteer 가이드가 필요하다. 일종의 무상 헬퍼다. 딸아이는 내가 가면 신나 하니까, 그리고 늘 단짝은 없는 딸이 신경 쓰여서 헬퍼 기회는 다 참석했다.
아다메가 딸 손을 잡으며 말한다.
" 우리 동물원에 펭귄 들어온다. 펭귄 보러 와."
" 우리 동물원 코뿔소가 아기를 낳아서 이름 짓고 있거든. 너랑 같이 짓고 싶어."
그래그래.
아파트에 사는 탓에 강아지 한 마리 키우자는 딸의 긴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나에게 아다메의 my zoo란 단어는 생경하다. 아이에게 my zoo를 줄 수 있는 부모로 살아보는 삶은 어떨까 궁금하다.
딸아이의 신남이 폭발한다.
' 엄마 , 아다메랑 Playdate 플레이 데이트하면 안 돼? 우리 집 초대해줘."
익히 아다메 엄마는 학교에는 얼씬도 안 하는 것을 알다. 얼굴을 봐야 초대도 할 터인데 곤란하다.
두 아이는 우리 집에서 플레이 데이트하면 무엇을 하고 놀지 계획을 짜느라 쉴 새 없이 재잘거린다.
왜 하필이면 이 어린이랑 단짝이 되고 싶은 거야?
어렵다.
국제학교 홈페이지 내에는 inventory 섹션이 있고, 본인의 공개 여부에 따라 이름, 집주소, 직장, 이메일, 핸드폰 따위가 나와있다. 독일은 개인 정보법이 지엄하고, 서양인들은 신상 정보 공개에 예민한지라 흔히 이름과 이메일 정도만 나와있다. 물론, 내 정보는 다 공개되어있다. 따라서 상대가 정보 공개를 해둔 경우에는 연락처를 알 수 있다.
이메일만 한번 보내보자. 다행히 Opel family 들의 이름 밑에는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다. 이메일은 사실 2학년 시작할 때, 소통의 채널로 반 학부모들에게 공유가 되어있기도 하였다.
" 안녕하세요. 같은 반 엄마 호박씨입니다. 아다메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Playdate 하고 싶다네요."
읽씹. 답이 없다.
그렇게 아이의 플레이 데이트는 무산되었고 딸아이에겐 사정을 설명을 해주었다. 이 세상의 어떤 누군가는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플레이 데이트를 자체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이다.
"그럼 전화하면 되잖아, 엄마? "
" 전화번호를 알리고 싶지 않데.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 정보를 알리는 게 싫은 사람도 있어."
딸은 갸우뚱해보지만 더 보채지는 않는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런 다양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국제학교라는 공동체에 아이는 소속되어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겨울이 오고 아다메의 생일 초대 카드가 도착했다. 아다메가 손으로 그린 그림이 그려진 손글씨의 A4용지였다. 쇼킹하다. 딸아이 생일 초대 카드로 하나에 3유로, 5천 원씩 하는 카드를 어떻게든 싸게 사볼라고 여기저기 쑤시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재벌은 하얀 종이에 초대합니다를 연필 손글씨 롤 써서 준다.
카드에 집 주소는 감이 안 온다. Opel zoo 동물원 안으로 들어오란 말인가?
카드에 있는 전화번호로 ( 드디어 알게 되었구나, 전화번호) 메시지를 보냈다.
" 우리 집은 오펠 zoo에 맞닿아 있는 주택이야. 찾기 힘들면 다시 연락 줘. "
이메일은 읽씹이었지만, 주소에 대한 문의는 친절한 답이 곧 돌아온다.
동물원 가는 길가에 있는 그 저택이 아다메의 집이다.
후에 딸아이가 저택에서 동물원으로 바로 나가는 길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동물원은 그 집 정원이었다.
파티 날, 저택 방문은 처음이라 주차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 동물원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아이와 5분 정도 걸어 아다메 오펠의 저택에 도착했다. 자동문으로 저택 입구가 열리고, 차들은 주차했다가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제 학교 선생님인 같은 반 Rachel의 엄마는 세아 이를 줄줄이 차에서 내린다. 주말인데 그녀의 남편 어디 가셨나 보다.
" 너도 오늘 생일파티 초대돼서 온 거야? "
그녀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의 집에 열렸던 Rachel의 생일 파티에 갔었기에 선생님의 긴장을 공감한다. 우리 졸지 맙시다!
조금 걸어가니 저택 현관문이 열려있다.
동물 옷을 입은 파티 진행 요원들이 딸아이와 Rachel을 인도해서 코스튬을 골라주고 있다.
순간 코스튬 파티구나 했더니 그것 또한 아니다. 종합 선물세트다. 저택 안은 대형 볼풀, 슬라이드, 트램펄린 들가 설치되어있다. 훔쳐보지 말자. 오븐녀를 떠올리며 최대한 아다메 엄마에게 인사만 하고 차로 돌아왔다.
물론 저택 자동문도 잘 열었고 말이다.
딸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아이가 상기된 얼굴로 생일파티를 내게 쏟아낸다.
4시간의 파티였으니 동물원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저렴하게 이용하려고 연간 회원권은 4년 동안 끊은 오펠주를 공짜로 이용한 날이었다.
" 엄마, 동물원에서 너무 추웠어. "
동물원을 돌 줄은 모르고 방풍이 안 되는 옷을 입혀 보낸 탓이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프라이빗 동물원 투어를 즐겼을 터인데, 얇게 입고 같으니 추웠던 것이다.
그리고 아몬드 초콜릿 한 봉지. 딸아이를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오독오독 씹어 먹어본다.
재벌의 구디백이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돌아와 생일 파티 아이가 즐거워한다며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읽씹이다.
생일 파티가 끝나면 외국 엄마들은 파티에서 찍은 초대된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고 선물을 하나하나 이야기 함으로써 참석의 고마움을 표한다. 초대해줘서 고마웠고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답장하는 것이 매너다. 아다메 엄마는 다시 잠수를 타신다. 파티는 끝났다.
결국 아이는 한 번도 학교 밖에선 아다메를 만날 수 없었다. 플레이 데이트도 같은 반이던 1년 동안 한 번도 할 수 없었다. 교실에서는 단짝이었어도 말이다. 이렇게 재벌 친구에 대한 추억이 남았을 뿐이다.
아몬드 초콜릿 만드는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보며 유튜버 자도르가 "이거 정말 손품 많이 가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읽씹에 대한 위안으로 삼아 보련다. 나름 엄선한 구디백 아이템이었나 봐라고 말이다. 그날의 아망드 쇼콜라는 한알 한알 특수 제작된 수제있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