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나

비밀이 많은 나, 비밀이 없는 너

by 달기

"xx아 너는 인생을 좀 더 즐길 필요가 있어"

이 말이 나를 위한 걱정인지 비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날 정확히 파악한 말이라 생각했다. 인생의 속 가장 화려히 빛날 시기인 청춘을 절제하며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을 정확히 파악한 말이다. 필요하든 불필요하든 생각할 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숨 쉬고 시간을 세며 살아오는 동안 나는 청춘을 아끼고 절제하며 살아왔다. 나는 그 순간 누군가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그 녀석의 날카로움에 놀랐고, 나의 비밀을 들킨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가 매력적인 것이 되어야 했고 그렇지 않더라고 그렇게 보이길 바랬다. 그만큼의 매력을 가진 사람과 일상을 공유하고 나눈다는 것이 세상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의 가치 그 자체 때문이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비밀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게 보여야 했다.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는 사람은 질리기 마련이다. 그래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너 큰 기쁨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비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상 그리고 신념 따위의 것들이다. 내가 가진 것들이 대단지 못한 것들임을 잘 알기에, 나는 나의 비밀들을 다 보여주지 않고 선택해 보여줄 수 있는 것들만 보여준다. 나는 타고난 본성을 숨기고 나에게 맞지 않는 세상의 사상과 신념을 받아들이는 척 행동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이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았다.


나와 다른 그 녀석은 감추는 게 없는 듯 보였다. 고르고 고른 나의 매력과는 달리 그 녀석에게 흘러내린 것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나를 꿰뚫어 보는 눈만큼이나 날카로움을 가진 친구는 그녀가 가진 매력과 어울리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녀석과 나, 둘 다 그 시험이 멀지 않았다. 인생 속 가장 빛나는 청춘을 잠시 접어두고 준비한 시험이다. 나의 절실한 마음만큼이나 그 녀석의 마음을 알기에 나의 좋은 소식만큼 그 녀석의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문득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누워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오랫동안 감추고 살아오다 보니 남들에게 숨겨오던 비밀이 너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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