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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Sep 03. 2021

힘의 역설

권력이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때 진정 죽는 것은 과연?

  9살 큰 아들은 '꼬꼬무'의 열혈 팬이다.  '신창원' 편을 시작으로, 아이는 매일 저녁마다 '꼬꼬무'가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아이 입장에서는 무서울 이야기가 많아서 좀 더 크면 보자고 설득했지만, 아이는 자기 해야 할 일도 다 했으니까 꼬꼬무 하나만 더 보면 안 되냐고 낮부터 밤까지 졸랐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약한 것부터 하나하나씩 약한 것부터 보여주었고, 그렇게 나는 '흰 장갑의 습격(YH 무역 여공 김경숙 사망 사건)' 편을 보게 되었다.

여공들이 신민당 당사에서 시위를 한다. 시위 진압을 위해 경찰이 투입되면서 여느 시위 현장과 달리 '힘없고, 못 배운 여자들'이 시위하는 곳이니 무자비하게 진입해도 된다고 했던 것이 결국 한 여공을 죽게 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부마항쟁이 일어나고, 결국 유신정권의 종식을 부르게 된다.

  이 이야기에 끝이 어째 낯설지가 않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4.19는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경찰이 진압을 하다가, 김주열 학생의 주검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 위로 떠오른 것이 도화선이 되어 시위가 더 크게 번지고, 대학교수들까지 시위에 동참하며 하야를 외치자, 이승만은 도망치듯 미국으로 가버렸다.


  6월 민주항쟁은 또 어떤가? 전두환이 민주화 시위하는 국민들을 고문시키다가, 박종철 군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것을 은폐하려다가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불같이 일어난 국민들의 항쟁에 꼬리를 내리고 대통령 직선제를 발표하며 결국 대통령 직에서 내려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제는 '작위적'인 죽음뿐만 아니라, '부작위'인 죽음(세월호)에 대해서도 힘의 역설이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강력한 권력들을 무너뜨린 건 더 큰 권력이나 힘이 아니라,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국민 한 사람이었다. 가장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를 겨누었던 총구가 되려 십자포화가 되어  최고 권력자를 정조준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동화에서 큰 바위를 쓰러뜨린 건 거센 태풍이나 회오리가 아니라 그 돌 아래에서  파고 있었두더지였던 것처럼. 그야말로 힘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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